'공 차며 담배 뚝' 중학생 금연 축구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금연 FC’ 소속 학생들과 교사 권대현씨가 연습 도중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친구들과 축구하면서 담배도 끊고 몸도 건강해졌어요.”

 매일 아침 광주광역시 중앙중학교 운동장에선 10여 명의 학생들이 운동장을 돈다. 금연교육 대신 축구를 하는 ‘금연 FC’ 소속 학생들이다. 초기엔 담배를 피우다 적발된 학생들로만 구성됐으나 현재는 일반 학생들도 축구단으로 뛰고 있다. 여러 이유로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던 학생들도 축구를 통해 학교생활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금연 FC의 출범은 지난해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학교 측은 담배 피우는 학생들이 늘어나자 금연 클리닉을 시작했다. 학생들은 광주 북구보건소에 가서 이산화탄소를 측정하고 학교 보건교사에게 금연교육을 받았다. 하지만 학생들은 ‘담배를 피우다 적발됐다’는 사실이 부끄러워서인지 금연교육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권대현

 이를 보다 못한 권대현(43) 교사는 그해 9월 축구단 결성을 제안했다. 학생들이 좋아하는 축구를 통해 담배를 끊게 하고 공부로 인한 스트레스도 풀어주자는 취지였다. 학생들 역시 “체벌 대신 축구를 하게 해주겠다”는 제안에 적극 동참했다. 이렇게 구성된 축구단은 남학생 20명과 여학생 4명 등 모두 24명. 학생들은 이웃 학교 등과의 친선 경기를 통해 매주 축구를 하며 심신을 단련했다. 현재 이들 중 담배를 피우는 학생은 단 한 명도 없다.

  친선 경기를 자주 하다 보니 학생들의 축구 실력도 하루가 다르게 향상됐다. 승부에 욕심이 생긴 학생들은 경기 대비를 위해 매일 오전 7시 운동장을 돌며 체력을 쌓고 있다.

 축구단이 활성화된 데는 권 교사의 운동부 운영에 대한 노하우가 한몫을 했다. 그는 5년 전 해체된 학교 농구단을 11년 동안 지도하면서 학생들의 심리상태를 누구보다 잘 꿰뚫고 있다.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축구를 통해 금연에 성공하는 모습을 보이자 학교 측도 지원에 나섰다. 당시 김양배(62) 교장은 선수 24명의 유니폼과 식사비 등을 흔쾌히 내놓았다. 최근엔 학생들이 권 교사에게 “우리도 담배를 피울 테니 축구단에 넣어 달라”는 농담을 건넬 정도로 부러움의 대상이 됐다.

 권 교사는 “매일 오전에 학생들이 운동장을 뛰는 모습을 보면 청소년들의 교육에 운동만한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며 “체벌 대신 만들어진 축구단을 통해 학생들이 담배 피우는 것을 막고 몸과 마음까지 단련시키는 ‘1석 2조’의 효과를 거뒀다”고 했다.

광주광역시=최경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