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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설계사 인센티브 10억 주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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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고든 왓슨(50·사진) AIA생명보험 홍콩 본사의 지역총괄 사장(CEO)은 직원 교육방식이 독특하다. 2005년 12월부터 2년7개월간 한국AIA생명보험의 사장으로 재직할 땐 ‘그림 그리기’ 트레이닝이란 새로운 인력개발 방식을 도입했다. ‘우뇌(右腦)경영’의 일환이다. 창의력을 자극하고 영감을 불러일으켜야 기업 실적도 향상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사람의 좌뇌는 언어·분석·이성적인 기능을, 우뇌는 형태·직관·예술적 기능을 담당한다. 좌뇌형인 보험사 직원의 우뇌를 자극해 잠자고 있던 창의성을 이끌어내겠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런 그가 본사의 지역총괄 사장으로 옮긴 뒤에는 일 잘하는 보험설계사에게 인센티브로 10억원을 제공하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파격적인 교육제도도 도입했다. 보험 경력이 없는 24~36세의 직장 경력 1~3년차를 모아 교육한 뒤 전 직장 월평균 소득의 110%를 최대 24개월까지 정착 보조금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사실 설계사는 고객이 늘어나면 수당도 크게 올라간다. 소득이 억대인 설계사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들은 이직도 잦다. 그래서 보험회사는 설계사 교육에 선뜻 많은 돈을 투자하지 못한다. 그런데도 고든 사장은 교육을 해주고 인센티브도 얹어주겠다고 했다. 그는 어떤 생각일까. 최근 한국을 찾은 그를 만났다.

 -‘보험 초보자’를 교육시켜 주력으로 삼겠다는 전략이 독특하다.

 “성인의 37%만 사망보험이 준비돼 있다. 그만큼 한국의 많은 성인에게 재무적 안정성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사실 어느 날 아침 일어나서 보험에 들어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세상에 없다. 고객이 깨닫지 못하는 니즈를 설명해 주고 해결책을 제공하는 게 보험이다. 이들에게 노후 준비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기 위해서는 설계사의 교육이 필수적이다.”

 -한국에선 많은 보험사 CEO가 설계사 이직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

 “직업 선택의 자유가 있는데 이직을 막을 수는 없다. 다만 이들에게 충분한 교육과 보상을 통해 ‘가장 일하기 좋은 곳’이라는 생각을 갖게 하겠다. 보험 경력 없는 설계사를 위해 멘토 제도를 도입한 것도 이 때문이다. 설계사가 MDRT(100만 달러 원탁회의·연간 보험료 100만 달러 이상 실적을 낸 설계사)를 10년 연속 달성하면 인센티브로 10억원을 제공할 계획이다. AIA의 철학은 지역 최고의 인재를 채용하는 것이다.”

 -한국의 보험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고 하는데.

 “포화하지 않았다.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국가의 경우 보장 부족분이 33조 달러에 달한다. 그만큼 노후에 필요한 자금과 준비해놓은 자금에 차이가 난다는 얘기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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