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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단지 호가 올랐지만 실거래로 이어질지는 미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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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주공5단지아파트는 3월의 실거래가에 비해 호가가 1억원 이상 올라 4·1 부동산 종합 대책의 최대 수혜지역으로 꼽힌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달 첫 부동산 경기 활성화 대책인 4·1 부동산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또 지난달 1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는 신규·미분양 주택에 대한 양도소득세 면제 기준을 집값 6억원 이하 또는 전용면적 85㎡(25.7평) 이하로 확정하고 22일부터 적용했다. 두 가지 조건 중 하나만 충족돼도 향후 5년간 오르는 집값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물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다만 전제가 하나 있다. 1가구 1주택자에 한해서다. 이번 종합대책에 대한 강남 부동산 시장 반응은 어떤지 현장에 가봤다.

 지난달 부동산 대책 발표 후 강남에서 최고 수혜자로 떠오른 곳은 재건축 단지다. 발표된 지 한 달여 만에 호가가 수천만원 올랐다. 이번 조치에 가장 부합하는 조건을 갖춘 덕분이다.

 재건축 단지 대부분은 1970년대에 지어져 85㎡ 이하의 소형 면적이 많다. 강남에서는 드물게 6억원 이하 아파트도 찾을 수 있다. 고종완 RE멤버스 대표는 “저층에서는 개포·가락시영·둔촌 주공아파트 단지, 중층에선 잠실주공 5단지와 은마아파트가 혜택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2일 실제로 대치동 은마아파트 분위기는 들떠 있는 듯했다. 윤고용 에덴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발표 후 며칠 만에 호가가 2000만~3000만원 올랐다”며 “매수자는 옛날 가격으로 사고 싶어하지만 매도자는 가격을 올리려고 매물을 거둬들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은마아파트는 불과 서너 달 전만 해도 집값이 최고 정점을 찍었던 2008년에 비해 절반가량 떨어지며 강남 아파트값 하락의 대명사로 불리던 곳이다.

전 세대가 85㎡ 이하인 가락동 시영아파트도 마찬가지다. 고승균 경성공인중개사 대표는 “문의 전화가 지난달 22~23일 20~30% 늘었고 호가도 꾸준히 올랐다”고 말했다. 전용면적 40.09㎡(12평)은 4월 초 5억원이었으나 불과 며칠 사이에 1500만원이 더 올랐다. 고 대표는 “실거래가가 호가를 따라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가 재건축 아파트 단지의 매매가격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강남 재건축 아파트의 가격 상승 곡선은 뚜렷하게 나타났다.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아파트(81.75㎡) 매매가격이 지난 3일 기준 11억원으로, 3월보다 1억1500만원(호가 기준)이나 올랐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76.78㎡)도 8억1000만 원으로 한 달 여 만에 5250만원 올랐다. 개포동 주공 2단지(54.46㎡) 8억5000만원, 서초구 잠원동 한신10차아파트(54.43㎡) 5억2000만원 등으로 1500만~3500만원 상승했다.

잠실 재건축 단지가 최고 수혜자

 잠실주공5단지아파트는 비슷한 조건의 아파트 가운데 가격이 가장 많이 올랐다.

 J부동산 관계자는 “지난 3월 서울시가 발표한 50층 재건축 허용에다 이번 조치까지 더해지며 가격 상승에 불이 붙었다”고 말했다. 연이은 호재에 따른 쌍끌이 효과인 셈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기존 계약자가 양도세 면제 혜택을 받기 위해 계약일 변경을 요구하는 일도 있다. 가락동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개포·잠실 등지에서 계약 일자를 바꾸려는 매수자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흐름이 실제 거래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신중한 의견도 적지 않다. 윤고용 에덴공인중개사 대표는 "문의도 늘고 호가도 올랐지만 아직 거래가 활발하지 않다”며 “좀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집 주인이 너무 호가를 올려 오히려 거래는 소강상태를 보일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발표 시기가 다소 모호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계절적으로 주택 매매 성수기가 끝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부동산 관계자들은 “대책의 실효성 여부는 가을 이사철에 본격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았다.

 강남 지역에서는 집값 기준으로 양도세 면제 혜택을 받는 곳이 거의 없다. 하지만 전용면적 기준으로 혜택을 받는 곳은 꽤 된다. 예컨대 현재 분양 중인 역삼2동의 역삼3차 아이파크 84㎡ 아파트 분양가는 10억원을 넘어 종전 기준(9억원 이하)으로는 양도세 면제 혜택을 못 받지만 이번 조치로 수혜를 받게 됐다. 반포1동의 신반포 e편한세상과 논현2동의 경복 e편한세상, 대치동 래미안대치청실 등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재건축 단지보다는 반응이 신통치 않았다. 반포1동의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신반포 e편한세상은 교통·학군 등 장점이 많아 원래 문의가 꾸준히 많았다”며 “특별히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다.

소형 집값 올라 서민 피해 볼 수도

 이 같은 뜨뜻미지근한 반응에는 “전용면적 85㎡ 기준을 맞춰도 재건축이나 신규 분양이 아니면 별다른 효과를 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한몫한다. 양도소득세 면제는 투자 개념으로 아파트를 구입하는 사람에게만 매력적일 뿐이라는 얘기다.

  윤 대표는 “반포 자이나 도곡 렉슬 같이 이미 재건축한 아파트는 전용면적 85㎡이하도 가격이 12억~13억원대”라며 “여기서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아파트에 대한 수요는 상대적으로 낮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번 대책이 강남 부동산 경기를 살리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다.

 한편 분양을 코앞에 두고 있거나 미분양 중대형 아파트를 보유한 건설사는 울상이다. 수요자가 양도세가 면제되는 전용면적 85㎡ 이하나 6억원 이하 주택으로만 쏠리면서 매수세가 오히려 감소할 거라는 우려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가 소형 아파트 값을 지나치게 띄워 서민층 부담을 오히려 증가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6억원 이상의 중대형 아파트에도 양도세 면제 혜택을 줘야 수요층이 나눠지는데 이번 조치로 인해 모두 소형 평수에만 달려들어 과열 경쟁이 일어날 거라는 이야기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책임연구원은 “실수요자나 투자자 모두 소형 주택에 몰리기 시작하면 소형 주택 집값이 올라 정작 소형을 원하는 서민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유성운·조한대 기자
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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