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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옷수거함 잘 뒤지면 쓸만한 구제 많답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입고 쓰던 중고품인 구제는 어떻게 유통되는 것일까. 동성로 구제골목과 팔달시장에서 만난 구제 상인 5명이 그 답을 줬다. 구제 의류는 크게 국산과 수입으로 나뉜다. 국산은 아파트나 주택가 골목에 있는 헌옷수거함 또는 바자 등을 통해 나온다고 한다. 헌옷만 전문적으로 수거해 세탁, 공급하는 업자도 있다. 수입은 일본과 미국에서 주로 들어온다. 각 나라의 헌옷수거함이나 벼룩시장에서 나오는 중고 의류라는 것이다. 구제 의류는 박스에 담겨 들어오는데 이때 박스에 어떤 브랜드, 어떤 옷이 있는지 확인하지 않는 게 구제 상인의 불문율이다. 무게를 달아 값을 매기고 흥정한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대구는 ‘구제 천국’으로 불릴 만큼 판매점이 많다. 동성로에 상당수가 몰려 있지만 변두리 전통시장에서도 볼 수 있다. 대표적인 곳은 남구 대명11동에 있는 관문시장이다. 200여 곳의 구제 판매점이 노점 형태로 모여 있다. 속옷뿐 아니라 스타킹까지 구제라는 이름을 달고 팔린다. 남구 봉덕동 봉덕시장 일대와 북구 팔달시장에도 구제 판매점 60여 곳이 성업 중이다.

 이 중 봉덕시장은 대구 구제 역사를 시작한 곳으로 불린다. 봉덕동엔 미8군이 있다. 6·25전쟁 직후인 1950년대 미군이 입던 군복이 흘러나와 팔리기 시작했다. 당시 미국의 구호품으로 들어온 의류도 이곳에서 거래됐다고 한다. 60∼70년대엔 구제 의류를 구입하는 사람들은 대구에서도 알아주는 ‘멋쟁이’들이었다. 미군부대에 근무하는 여성 군무원과 80년대 중반 경산 하양으로 옮겨간 효성여대(현 대구가톨릭대)생들이 골목을 찾아 구제 의류 쇼핑을 즐겼다는 것이다.

 한국패션산업연구원 유현 연구원은 “구제를 섬유도시, 패션도시인 대구의 문화로 받아들이면 좋을 것 같다. 영국이나 프랑스에선 런던 노팅힐, 파리 센강 앞 벼룩시장을 관광상품으로 활용한다”며 “선진국 사례를 보면 구제라는 상품으로 새로운 효과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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