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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과 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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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질이 중요하냐, 양이 중요하냐 하는 문제는 경우에 따라서 달라지기 때문에 쉽게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 그러면서도 질과 양의 두 개념은 어떤 현상을 분석할 때마다 신중히 다루어야 할 기본이 된다.
그렇다면 질과 양은 서로 독립된 개념일까? 적어도 자연과학에 있어서는 제3의 인자를 통해서 질과 양을 상호 연관시킬 수도 있다. 가령 물의 습도를 질이라고 생각하고 물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가 일치되는 것은 아니지만 열 요량이란 인자를 통해서 상호 연결될 수 있는 것이다.
옛날부터 과학자의 눈을 끌어온 문제에 바닷물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의 이용이 있다. 바닷물은 지구 표면의 3분의 2를 덮고 있는데 이 바닷물의 온도를 어떤 인공적 방법으로써 섭씨 1도만 내릴 수 있다면 이때 얻을 수 있는 [에너지]는 석탄으로 환산해서 약2백조 톤분이 된다. 그러나 바닷물의 온도를 내릴 수 있는 방도가 아직은 없으니 이 이야기는 하나의 비유에 그치고 있다.
한편 무료로 얼마든지 얻을 수 있는 태양[에너지]를 어떻게 인공적으로 모아 두었다가 필요할 때마다 주머니에서 물건 꺼내듯 꺼내 쓸 수 있는 방도는 없을까? 다시 말해서 양을 지로 바꾸어 두었다가 서서히 필요에 따라 양으로 다시 바꿀 수는 없을까? 남한 전역에 걸쳐 하루 평균 4천만 톤의 석탄에 해당하는 열을 태양으로부터 받고 있는 것이다.
요사이 조국근대화가 여러 분야에서 논의되고 있고 거기 따른 일꾼의 양성이 운위되고 있다. 그러면 인간의 교육문제에 있어서는 양과 질의 문제가 어떻게 될까? 즉 학생의 수(양)와 질 사이에는 자연과학에 있어서와 같은 제3의 인자가 없는 것일까?
학생의 수가 어느 정도 있어야 참고서도 출판될 수 있고, 교수도 필요하고 하니 궁극적인 학문의 발전을 위해서는 양적 문제가 중요한 것임은 사실이다. 그리고 이 양을 질로 바꿀 수만 있다면 학생의 수의 증가가 질 향상의 첩경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자연과는 다르니 인간에 있어서 질과 양을 상호 전환시킬 수 있는 제3의 인자의 발견은 지난한 일이다. 그렇다면 학생의 질 향상은 어떻게 할 것인가?
학생의 질을 전부 다 높인다는 것은 바람직한 일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그것은 어려운 일이다. 온도가 높은 물이 꼭 필요한데 이 물을 전부 데울 연료가 부족하다면 그 때는 하는 수 없으니 물의 분량을 줄여서 이것을 데울 수밖에 없지 않을까?
한상준 <한국 과학기술연구소 책임연구원·이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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