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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해외 유학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화폭에 담던 조국의 산하가 어디가 싫어서 공산당과 손을 잡았으며 그렇게도 자랑스러웠던 피고인과 우리국민이 10년만에 이렇게 만나야만 했더냐』―동백림공작단사건을 맡은 검사는 피고인들에 대한 논고를 하면서 흐느꼈다고 한다.
이 사건의 관련자들은 모두 유수한 지성인들로 특히 구라파에 오랫동안 유학하여 영예의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들이 대부분이란 점에서 충격적이었으며 왜 이렇게 조금도 손색없는 지성인들이 북괴의 함정에 빠졌는가를 생각할 때 슬픈 마음 그지없다.
필자는 일찌기 세계일주여행을 하면서 해외 유학생들의 동태에 특히 관심을 가지고 살펴본 결과 해외유학생 지도를 그대로 방임했다가는 무서운 결과를 가져오리라는 예견아래 61년11월23일 해외유학생문제에 관한 대정부 건의서까지 낸 적이 있다.
그때 필자의 소감은 한국정변과 환율인상 후 학자가 궁핍한 기회를 틈타서 북괴의 마수가 일층 활발히 전개되어 이대로 방임하다가는 풍전등의 여명이 마침내 조종을 울리고야 말 것이라는 캄캄한 것이었기 때문에 유학생 지도문제를 더욱 적극 주장했었다.
동백림공작단사건이 백일하에 드러난 오늘, 이 사건은 해외유학생 지도문제라는 커다란 과제를 다시 던져주었다.
종래 우리정부는 해외유학생에 대하여 다만 자격시험과 여권발급 등의 절차문제 이외에 어느 만큼 계획성 있는 시책을 마련해주었는가.
해외유학을 하면서 공부하는 학생들의 배후에는 기어이 자녀의 성공을 보고 죽겠다는 백발 어초(어초)도 있고 자녀의 성공으로 평생의 한을 풀어보겠다는 피골상접한 노무자도 있을 것이다. 그들의 피는 조국에 대해 변화가 없고 식지도 않았다. 만일 그들을 어루만져주는 조국의 따스한 손길이 있다면 외국시민권을 얻는 대신 즐겨 고국으로 돌아와 이국의 고깃덩이보다 조국의 된장을 즐겨 선택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정부는 이 사건을 계기로 유학생 지도방안을 마련하고 그들의 귀국 후 직장알선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또한 유학생들은 아무리 조국으로부터 오랫동안 수만리 떨어져있더라도 한시도 조국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금의환향을 꿈꾸어온 늙은 어머니를 공판정에서 눈물짓게 해야할 것인가?

<성균관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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