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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4대 사회악 뿌리 뽑기 나섰는데 가정폭력에 주목하는 이유는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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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면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성폭력·가정폭력·학교폭력·부정식품을 4대 사회악으로 규정하고 전방위적 활동에 나서고 있다. 아산경찰도 ‘4대 사회악 근절 TF’를 구성해 매일 기능별 추진 상황을 점검하고 경찰서 내근 근무자들까지 하루 업무가 끝난 저녁에 우범 지역을 순찰하고 있는 등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실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임무는 국민 개개인이 일상 생활에서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주민 치안 설명회에서 만난 지역 주민 중에는 ‘경찰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는데 왜 이리 유난스럽냐’라는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다.

  옳은 지적이다. 국가가, 그리고 경찰이 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역할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남편이 아내를 상습적으로 폭행해도 부부싸움에 개입하지 말라며 경찰을 비난하고 일진이 돈을 뺏고 왕따를 만들어 괴롭혀도 이를 제지해야 하는 어른들의 무관심으로 인해 어린 학생들이 죽음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 우리 사회의 자아상이다.

  최근 아산경찰서가 시민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자료에 따르면 응답자의 57%가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는 제1 요인으로 ‘범죄발생’을 선택했고 국가안보와 경제적 위험, 신종 질병 등이 그 뒤를 이었다. 현재 우리 사회가 불안하다고 느끼는 응답자도 35%에 달했다.

반면 ‘4대 사회악의 구체적 내용을 알고 있냐’라는 질문에는 약 28%의 응답자가 여전히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또 4대악 중에서 성폭력>학교폭력>불량식품>가정폭력 순으로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4대 사회악 근절을 위해 우리 경찰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중요한 자료다.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민이 피부로 느끼고 있는 사회안전망은 여전히 불완전하고 4대 사회악에 대한 국민의 인식도 미흡하다. 학교폭력에 대한 문제의식은 향상됐지만 가정폭력은 여전히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

 아산경찰은 4대 사회악 중에서도 가정폭력에 주목하고 있다. 가정폭력을 보고 자라거나 피해를 당한 자녀의 70% 가량이 학교 폭력의 피해자 또는 가해자가 되고 이 아이들 중 45%가 학교를 떠나 사회인이 되면 일반 범죄를 저지른다는 통계가 있다. 가정폭력이 학교폭력으로, 학교폭력이 사회폭력으로 발전하는 악순환을 끊어야 하는 것이다.

‘주민이 갑이고 경찰관은 을이다’라는 지극히 당연한 진리를 몸소 실천하고 인천 앞바다에 잠든 故 정옥성 경감의 숭고한 뜻을 기리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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