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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수 한마디에 … 국채 금리 0.09%P↑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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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김중수(사진) 한국은행 총재의 기준금리 동결 시사 발언으로 채권시장이 혼란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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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일 채권시장에서 3년물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09%포인트 급등한 2.56%로 마감됐다. 지난 주말 미국 고용지표 호조에 따라 미국채가 약세를 보인 데다 김 총재의 강경발언이 전해지면서 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김 총재는 3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아세안+3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지난해 내린 기준금리 0.5%포인트도 굉장히 큰 것이다. 어디까지 가란 것인가. 우리는 미국이나 일본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을 시장이 금리 인하 가능성이 작아진 것으로 해석하면서 국채 금리가 급등했다. 이날 외국인들은 3년 국채 선물시장에서 10거래일 만에 순매도하며 3주 만에 최대 일일 순매도를 기록했다.

 그동안 채권시장은 이달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내릴 것으로 전망해 왔다. 지난달 금통위를 앞두고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으로 2.44%까지 내려간 국고채 3년 금리는 예상 밖의 금리 동결 소식이 전해지자 2.67%까지 급등했다. 하지만 이후 다시 금리 인하 여건이 성숙했다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최근 다시 2.4%대로 하락했다. 시장에선 “3월과 4월 두 차례나 기대를 저버렸던 한은이 5월까지 금리를 동결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이 유력했다.

 김 총재의 발언으로 이런 예측이 또다시 깨질 수 있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졌다. 특히 지난해 9월 첫선을 보인 국채 30년물에 투자했던 자산가들이 울상이다. 지난해 9월 3.02% 수준에서 출발한 30년물 국채 금리는 연말에 금리가 오르면서 큰 손해를 봤지만 최근 금리가 다시 3.06%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원금을 대부분 회복한 상태였다.

 시장 금리가 이미 기준금리 인하를 반영한 상황에서 기준금리가 동결되면 일시적인 금리 반등이 불가피하다. IBK투자증권 김수만 연구원은 “동결되더라도 향후 금리 인하 기대감이 여전해 4월 금통위 직후 같은 금리 급등까지는 아닐 것”이라며 반등 폭을 0.2%포인트 이내로 전망했다. 만일 당초 시장 예상대로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내린다 해도 관례상 연속적인 금리 인하 가능성은 낮아지기 때문에 차익 실현 매물이 우위를 보이며 소폭 반등에 그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그렇다면 채권투자자들은 올 2분기 이후 어떤 투자 전략을 짜야 할까. 증권사들의 전망은 크게 두 가지 갈래다.

  우선 기준금리가 5월에 동결되더라도 6∼7월에는 기준금리 인하가 한두 차례 있을 것으로 보는 견해다. HMC투자증권 이정준 연구원은 “국내 경기와 물가 상황 등을 볼 때 6∼7월 중 기준금리가 한 차례 인하될 것으로 본다”며 “자본이득을 노린다면 3분기 전까지는 단기적으로 채권을 보유하거나 사는 것이 유망하다”고 말했다. 증권사들은 현재 저평가된 채권으로 20년물 국채와 A+등급의 여신전문회사 회사채, 특히 자동차금융 캐피털사의 채권을 꼽고 있다.

  반대로 올해 기준금리 인하가 사실상 물 건너갔다고 보는 입장에서는 채권 투자 시기를 늦춰야 한다고 본다. 우리투자증권 박종연 연구원은 “3년 국고채 금리가 기준금리를 밑돌고 있는 상황은 정상이 아니다”며 “하반기로 갈수록 금리 상승 압력이 높아질 것으로 보여 국내 채권보다는 브라질 국채 등 해외 이머징 채권에 투자하는 게 오히려 유망해 보인다”고 주장했다.

  채권과 반대로 물가채의 매력은 갈수록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유가 하락에 따른 물가안정 기조로 물가채 투자 매력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앞으로 추경 효과가 본격화되면 하반기 물가가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 물가채란 표면금리가 낮지만 원금이 물가에 연동돼 물가상승분만큼 늘어나는 채권이다. 동부증권 문홍철 연구원은 “3분기 이후 물가채 투자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6월에 발행되는 물가채는 시기는 다소 이른 감이 있지만 원금 상승분에 대한 비과세가 가능한 마지막 물가채인 데다 표면금리가 0.5% 전후로 발행될 전망이어서 절세를 노리는 수퍼리치들이 많이 찾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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