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조골 복원 단백질 '라퓨젠' 개발 … 다국적 기업에 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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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니는 시간이 지나면 다시 맞춰야 한다. 치아가 뽑히면 그 부위의 잇몸이 점차 얇아지면서 틀니가 헐거워지기 때문이다. 잇몸이 얇아지면 임플란트 이식도 힘들다. 임플란트 시술은 잇몸뼈(치조골) 두께가 최소 앞뒤로 6㎜, 깊이 10㎜는 남아 있어야 가능하다. 잇몸이 심하게 얇은 사람 중에는 두께가 2㎜에 불과한 사례도 있다.

최근 고려대 구로병원 신상완 교수(치과보철과·사진) 연구팀이 이들을 위해 의미있는 임상연구를 마쳤다. 셀루메드가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에 성공한 손상된 뼈를 회복시키는 동물세포유래 골형성단백질(CHO cell BMP)의 안정성과 유효성을 검증해냈다.

지난달 23일 고려대 구로병원 연구실에서 어느 할머니의 해골을 만지작거리며 잇몸뼈를 들여다보고 있는 신 교수를 만났다. 그는 해골 잇몸을 가리키며 "이렇게 치조골이 얇아진 것을 ‘골 흡수’라고 합니다. 잇몸이 흡수되는 것을 막고, 흡수된 잇몸의 재생을 돕는 게 바로 동물세포유래 골형성단백질이죠”라고 말했다.

뼈 세포는 18개월을 주기로 새롭게 교체된다. 그럼에도 잇몸뼈가 심하게 줄어들었거나 암 수술·외상 등으로 골 결손 부위가 7㎤를 넘은 사람은 뼈 재생이 어렵다.

이때 동물세포유래 골형성단백질을 투입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뼈가 재생될 때 줄기세포에서 조골세포(뼈를 만들어주는 세포)로 전환되는 것을 동물세포유래 골형성단백질이 돕기 때문이다. 이때 줄기세포는 차이니즈햄스터라는 동물의 난자에서 채취한다. 인체에 거의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으면서 골 형성을 촉진한다. 신 교수는 "동물세포유래 골형성단백질을 주원료로 한 골이식용 복합재료를 사용하면 척추·치아 손상 등 골 손상 환자의 시술 기간을 3~6개월 앞당길 수 있다”고 자신했다.

골 결손 부위를 회복하는 동물세포유래 골형성단백질의 효능은 임상시험에서도 입증됐다. 신 교수팀은 연세대 세브란스병원과 함께 골흡수 정도가 3분의 1 이하인 피험자 70명을 대상으로 2011년 6월부터 2012년 11월까지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동물세포유래 골형성단백질을 젤 형태로 만들어 발치된 잇몸에 주입했다. 대조군에는 골형성단백질을 넣지 않은 젤을 똑같은 양으로 투입했다. 투입 3개월 후 CT 촬영 결과는 놀라웠다. 실험군의 잇몸이 대조군에 비해 훨씬 덜 흡수된 것이다.

동물세포유래 골형성단백질은 그간 다국적 제약사 화이자(구, 와이어스)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해 연간 1조원 이상 독점 판매해왔다. 수요는 크지만 생산량이 적어 고가인 데다 미국·유럽 등 일부 국가에서만 사용이 허가됐다. 신 교수팀의 이번 임상연구 결실로 한국은 세계에서 둘째로 동물세포유래 골형성단백질을 상용화할 수 있게 됐다.

신 교수가 임상시험해 효능을 입증한 동물세포유래 골형성단백질은 국내 중소기업 셀루메드(구 코리아본뱅크)가 '라퓨젠'이라는 이름으로 이달 중 시판할 예정이다. 화이자와 동일하게 동물세포를 매개로 한 유전자 재조합 방식으로 제조했다. 신 교수는 "잇몸이 얇아져 틀니를 교체해야 하거나 임플란트 시술을 받기 어려운 환자에게 희소식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심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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