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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녀 대통령 vs 부자 야당대표 … 김한길 "이건 운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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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철 전 당수

박정희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헌정 사상 처음 2대에 걸친 부녀 대통령이 탄생한 2013년, 이번엔 부자(父子) 야당 당수가 나왔다. 민주당 새 대표에 김한길 의원이 당선됐기 때문이다.

신임 김한길 대표의 선친은 김철(1926~ 94) 전 통일사회당 당수(대표)다. 민족정신 계승을 목적으로 일제시대에 조직된 조선민족청년단 활동을 시작으로 재일본 대한민국 거류민단의 간부로도 활동했다. 김 대표가 53년 도쿄에서 태어난 건 이런 아버지의 정치활동과 관련이 있다. 김철 전 당수는 유럽식 사회민주주의를 기초로 한 통일사회당 결성을 주도하던 중 61년 박정희 대통령이 주도한 5·16 군사쿠데타가 발생하면서 망명생활을 하기도 했다. 이후 다시 귀국해 통일사회당 활동을 주도하고 70년엔 대통령 후보로 나왔지만 야권 단일화를 위해 막판 후보에서 물러난다. 당시 야권 주자이던 김대중(DJ) 전 대통령을 돕기 위해서였다. 이후 김철 전 당수는 반공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기소되고, 72년 유신 이후 통일사회당은 강제 해산된다. 75년엔 긴급조치 위반으로 투옥되기도 했다.

 김 대표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 아버지 김철 전 사회당 당수의 ‘정치적 인연’에 이어 박근혜 대통령 시대, 자신이 야당의 카운터파트가 된 건 “운명으로 여긴다”고 한다.

 김 대표는 대학 졸업 후 중앙일보 샌프란시스코 지사장을 거쳐 소설가로 데뷔했다. 대통령의 외동딸과 평범한 남자의 사랑을 그린 소설 『여자의 남자』(1991년)가 1년 만에 300만 부 이상 팔려나가면서 스타덤에 올랐다. 과거 발표했던 글이 다시 주목받고, 말솜씨가 좋다는 게 알려지면서 ‘김한길과 사람들’과 같은 TV토크쇼를 맡게 되고, 방송인으로도 이름을 알린다. 무엇보다 대중적 스타로서의 성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은 95년 톱 배우 최명길씨와의 결혼이었다. 그리고 같은 해 정치에도 발을 들여놨다. 김 대표의 회고다.

 “96년 총선을 앞두고 YS(김영삼 대통령)와 DJ(당시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총재)가 차례로 불렀다. 먼저 부른 건 YS였다. 청와대에서 칼국수를 먹으며 YS는 특유의 직설화법으로 ‘(신한국당에) 입당하라’고 했다. 나는 ‘생각해 보겠습니다’라며 확답을 피했다. 며칠 뒤 DJ로부터 ‘중국집에서 보자’며 연락이 왔다. DJ는 대뜸 ‘아버지가 70년 박정희 대통령과의 대선에서 나를 돕기 위해 후보를 사퇴했다. 그 이후 옥고를 치르며 고생하셨다. 넌 내 아들과 같은데, 어찌 여당으로 갈 수 있겠나’라고 했다. DJ의 공천으로 16대 총선에 비례대표로 출마했다.”

 그는 곧바로 총선 선대위 대변인을 맡았다. 최초의 ‘미디어 대선’으로 불린 97년 대선에선 DJ의 TV토론 대책팀장을 맡았고 DJ로의 정권교체가 이뤄지면서 대통령직인수위 대변인을 했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 그는 청와대 정책기획수석과 문화관광부 장관에 오르면서 승승장구했다.

 ‘정치인 김한길’이 세상을 또 한번 놀라게 한 건 2002년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 협상의 협상대표를 맡으면서다. 단일화 협상에서 이기면서 야권의 전략통이자 협상가로 다시 한 번 이름을 알린다. 이후 노무현 대통령이 주도한 열린우리당에 몸담았지만 주류 친노들과는 껄끄러운 관계를 이어갔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열린우리당 비노(비노무현) 의원들의 집단 탈당을 주도하며 중도통합민주신당을 창당, 친노와 멀어진 계기가 됐다. 친노 진영으로부터 ‘분열의 리더십’이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17대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겠다며 18대 총선에 불출마, 4년여간 야인 생활을 했다. 그리고 지난해 총선에서 승리, 극적으로 부활했다. 총선 직후 치러진 6·9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경선에 도전했지만 친노의 좌장 격인 이해찬 전 대표에게 0.5%포인트 차로 석패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5일 미국 출국에 앞서 김한길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당선을 축하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도 “미국 방문에 성과가 있기를 기대한다. 민생과 안보, 국익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적극 협조하겠다”고 화답했다.

 ▶일본 도쿄(1953) ▶건국대 ▶대통령직인수위 대변인 ▶청와대 정책기획수석 ▶문화관광부 장관 ▶국회 건설교통위원장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중도통합민주당 공동대표 ▶15, 16, 17, 19대 의원 ▶민주통합당 최고위원

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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