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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출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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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어쨌든 의회정치는 다시 소생하게 되었다. 국민이 축하할 일이 있다면, 그것은 협상의 성공이기보다, 협상 다음에 올 의회의 재출발이다. 우리는 6·3사태 이후 또다시 정치부재외 회의와 악순환을 체험했다. 의회정치는 민주주의의 제1장이라는 것도, 정치질서의 제1과라는 것도 어느 때 없이 실감했다. 의회를 갖지 못한 국민은 초라한 느낌마저 감출 수 없었다.
미국「헤럴드·트리뷴」지의「칼럼리스트」인「아트·부크월드」는 요즘『어째서 우리는 4년마다 대통령을 우리 손으로 뽑아야 하느냐?』고 푸념조의 기고를 한 일이 있다. 민주정치의 틀이 잡힌 나라에서, 한지식인에 의해 그런 이야기가 던져진 것은「코믹」한 실소를 담은「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몽테스큐」나「제퍼슨」에 의해 그처럼 격찬을 받은 「민주정치」도 지금 세계의 도처에서 도전에 직면하고 있는 것을 때때로 목격한다.
이 지상에는 독립국가가 1백39개국 있다. 그 중에는 자유·민주적 의회정치를 특권계급의 「장식적 존재」라고 주장하는 공산국가가 12개국이다.「유럽」과 북미를 제외하면 1백4개국이 남는다. 이중에서 2차 대전 후에도 의회정치를 중단했거나 제한을 했던 나라는 50개국이나 된다.
더구나 65개의 신생국은 의회정치와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유사 의회정치를 도입하고 있다. 중남미·AA제국은 군사독재가 15개국, 권위주의적 과두지배국가가 12개국에 달한다. 하긴 독일·「이탈리아」같은 전통국가도 불과 22년 전만 해도 의회정치는 씨앗도 찾기 힘들었다.
60년대에 들어서도 대학생들의「데모」로 정권이 무너진 나라가 6개국이나 된다.「터키」·월남·「인도네시아」·「볼리비아」·「베네수엘라」그리고 한국 등.
우리는 이 모든 정치사 속에서 의회정치는 어떤 의미로든 지켜가기 힘든 제도임을 알게된 다. 그러나 그것을 포기한 나라 치고 그 이상의 이상적인 발전의 모습을 찾을 수 없는 것은 뼈아픈 교훈이다. 더구나 우리는 의원다운 의원으로 의회를 구성하는, 원초적인 과정에서 진통을 겪고있다.
우리의 민주정치는 성년이 되고도 남는다. 그러나 정신연령으로 치면 아직도 소아기랄까. 이번 협상의 의정서는 겨우 그 소아병의 처방을 한 것에 불과하다. 그 효능은 의회의 운영에 기대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지금 의회에 대한 운명적인 애착 같은 것을 어쩔 수 없이 품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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