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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2시안」에 이의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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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문교부 한문분과위원회는 상용한자 1천3백자 가운데 5백42자의 「약자제정시안」을 마련, 발표했다. 약자제정원칙은 지난봄 문교부가 국어심의위에서 결정, 제정키로하여 한문분과위원회에 작업을 맡겼었는데 이 제정시안이 발표되자 「약자제정」원칙을 비롯, 새글자로 만들어진 「약자시안」에 대해 물의가 일고 있다. 49명으로 구성된 국어심의회에서 오는 21일 이시안을 논의하겠지만 약자제정은 곧 우리나라의 일종의 문화혁명인만큼 광범위한 각게의 의견을 여기 모아본다.
한문약자 제정이란 우리나라에서만 편리하게 쓰도록 한문의 복잡한 획수를 줄이고 간단하게 새글자를 만들어 교과서를 비롯, 모든 출판물 그리고 사회에서 통용되도록 하자는 것-. 따라서 새글자를 새로만들어 보급시켜야 되는것인데 우리나라의 고유한 한글이 있으면서 지금 새삼스럽게 한문의 약자를 제정, 사용케 하다는 것은 원칙적으로 볼 때 문화이상에 어긋나는 것이며 편의주의적인것에 지나지 않는다(시인 서정주씨의 말)는 반대론이 우세하다.
최현배·김윤경씨등 한글전용을 주장하는 학자들은 국어 심의위원이면서도 회의 출석을 거부까지 하면서 약자제정 그자체부터 반대하고 있다.
약자란 새로 만든 글자이므로 국민학교부터 이약자를 가르치면 다시 고등학교에 가서 본자를 가르쳐야 하므로 교육은 이중부담이 되며 이제 중학교까지 차차 한문을 폐지해야할 단계에 또다시 새로운 한문을 만들어 가르친다는 것은 불필요하다는 것이다(이병??박사의 말). 더구나 새로 약자를 만들어 보급시킬 그힘과 돈으로 중학교까지 한글전용운동에 이바지해야 될것이다.(이흥열씨의 말)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출판계에서도 약자제정 반대는 높다. 첫째 약자란 우리나라에서만 사용토록 약정되는 것이므로 국제적 통용성이 없고 동양학을 하려면 자연히 본자를 모르면 안되며 약자 그자체가 일본식이나 중공식이기 때문에 될 수 있는대로 지금까지 써오던 약자는 그대로 사용하지만 절름발이식 우리나라 약자는 만들필요가 없으며 새활자제작등 막대한 비용이 낭비된다(정진숙을유문화사사장·황준성 신태양사사장씨의 말)고 효용면에서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약자제정은 복잡한 한문을 쓰기편하게 간소화시키는데 의의가 있다 (전광용교수의 말). 쓰기 어려운 한자가 많으니까 약자를 쓰게되는 것이지만 대개 복잡한 한자는 약자가 현재도 있으므로 그것을 그대로 보급토록하는 것이 좋다(숭문중학 오강자의말)는 의견도 있다.
제정위원을 비롯한 약자제정 찬성자들은 처음에는 보급시키기가 어려울지 모르지만 습관화하면 효과가 있을것이며(김동성씨의 말)상용한자의 약자는 외국의 예로보아도 당연하다(제정위원 차상원씨의말)는 것이다.
그러나 커다란 문화혁명인 만큼 약자제정은 서두르지말고 신중을 기해야한다(양주동씨의말)고 찬성자들도 제정에 신중을 기할 것을 다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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