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현대모비스, MK사단의 사관학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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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모비스-. 정몽구 회장이 자동차그룹을 장악하면서 주목받은 기업이다. 현대정공으로 더 친숙한 모비스는 정회장의 친정과도 같은 곳.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이 현대그룹을 관할할 당시 정회장은 현대자동차서비스와 현대정공·인천제철을 맡았다. 그 중 현대 정공은 1977년부터 87년까지 무려 11년간 사장을 맡은 곳.

그 이후론 회장을 맡았다. 때문에 정회장이 현대차그룹을 맡자 모두들 모비스를 주목했다. 아니나 다를까. 모비스는 현대차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다. 재무적으로만 아니라 실제 내용을 들여다봐도 모비스가 현대차그룹의 중요 포스트를 장악하고 있다.

모비스는 현대·기아차의 부품회사다. 이전에 현대정공 때는 RV(갤로퍼) 차량도 만들고, 철도 차량·공작기계 등 다양한 사업을 했었다. 하지만 99년과 2000년에 걸쳐 구조조정을 하면서 차량 부분은 현대차에 분할 합병시키고 공작기계 등은 사업을 떼어냈다.

대신 현대차·기아차로부터 수익성이 좋은 A/S부품 사업을 인수받았다. 최근 주력 사업은 자동차 모듈사업. 모듈이란 쉽게 말해 ‘부위별로 정리·조립된 부품의 집합체’라고 할 수 있다.

특이한 점은 현대차에서 모비스는 탄탄한 부품회사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단 현대차그룹 주요 3사의 지분 소유 현황을 살펴보자. 모비스는 현대차 지분 11.5%를, 현대차는 기아차 지분 36.3%를, 기아차는 모비스 지분 17.5%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여기까지만 보면 어느 회사가 지주회사고 어느회사가 자회사인지 알 수 없다. 키는 정회장이 쥐고 있다. 정회장은 모비스의 지분 8.6%를 가진 최대주주다. 모비스의 최대주주가 됨과 동시에 현대차·기아차에도 최대주주가 된다.

이에 대해 동양종금증권의 강상민 애널리스트는 “모비스가 지주회사로 계획된 것이 아니라 원래 현대정공 최대주주였던 정회장이 모비스를 통해 자연스럽게 그룹을 지배하는 구조가 됐다”고 평가했다.

모비스의 그룹 내 역할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현대차그룹의 핵심 요직에는 모두 모비스 출신 인사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정회장으로서는 친정체제 강화인 셈이다. 이런 현상은 특히 올해 정기 주주총회를 계기로 더욱 두드러졌다.

기아자동차는 지난 3월16일에 열린 주주총회에서 구태환(47) 상무를 등기이사로 선임했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다른 고위 임원들을 제치고 등기이사로 선임돼 주목을 끌고있다. 이에 따라 기아자동차 이사진은 정몽구 회장과 김뇌명 사장, 정회장의 둘째 사위인 정태영 전무, 구상무 등으로 구성하게 됐다.

이에 앞서 3월15일 개최된 현대차 주총에서는 이충구 전 사장이 사임함에 따라 박정인(59) 현대모비스 회장이 신임 이사로 선임됐다. 현대차 이사진 역시 정몽구 회장과 김동진 사장·박정인 회장 등 사내이사 3명이 모두 모비스 출신으로 짜여졌다.

INI스틸은 올 초 유인균 현대하이스코 회장을 공석 중인 자사 회장에 임명하고, 윤명중 현대하이스코 사장을 회장으로 승진 발령했다. 유회장은 모비스 출신이고, 윤회장은 현대자동차서비스 출신이다. INI스틸은 또 정석수 현대하이스코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정부사장은 현대정공과 강관을 거쳤다. 모두 MK맨들이다.

글 이석호 기자 (lukoo@econop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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