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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영화계의 화제 「희극 배우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왕년의 명화 「제3의사나이」「사람의 종말」등으로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영국작가 「그레이엄·그린」의 작품인 「희극배우들」이 최근 원작자 자신의 「시나리오」로 영화화됨으로써 미국 영화계의 새로운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싸늘하고 황량한 「그레이엄·그린」 특유의 냄새를 풍기고있는 이 작품의 무대는 남태평양의 고도 「하이티」-.
실향객의 표정을 무명의 사나이가 방금 내린 배를 뒤로하고 「저주받은 땅」속으로 발을 옮긴다.
「폴·헨리」가 분하는 첫 번째 사나이는 이 섬의 원주민을 모두 채식주의자로 만들겠다는 미국인 채식주의자. 「알렉·기네스」가 분한 두 번째 사나이는 천하태평의 낙천주의자인 미국의 무기밀수입자. 마지막으로 「리처드·버튼」이 분한 세 번째 사나이는 어머니의 유산인 「호텔」을 접수하러온 타락한 「카톨릭」 신자이며 인생낙오자인 중년남자.
이들의 「트리오」에 「하이티」주재 외교관의 부인으로 분하는 「엘리자베드·테일러」가 「리처드·버튼」의 간부로서 한 몫 거들고 있으며 「피터·유스티노브」가 분하는 「하이티」의 비밀경찰 두목은 그의 관록을 과시하는 일품의 연기를 해낸다.
「하이티」의 비밀경찰에 쫓기어 죽음 일보 전에 있는 무기 밀수입자 「기네스」는 마치 신부와 같은 엄숙한 표정을 한「버튼」에게 허망했던 자신의 생애를 고백한다.
2시간40분에 달하는 원작자의 「시나리오」가 지루하지 않은 것은 아니나 죽음 일보 전의「알렉·기네스」가 공동묘지에서 「리처드·버튼」과 엮어내는 대화는 종래의 어느 작품에서도 볼 수 없었던 승화된 장면을 보여주고 있다.
신과 인간과의 문제를 꾸준히 추구해 온 「그레이엄·그린」의 이 작품은 「코미디언」 이란 이색적인 「타이를」을 붙여놓고 그 속에서 인간의 참 모습을 찾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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