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 업그레이드] 1. 척추를 세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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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7면

척추는 인체의 기둥이다. 우리 몸의 모든 장기(臟器)는 척추가 있어야 제 위치를 지키며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요통이 생기기 전까지 척추의 중요성을 소홀히 한다.

생활 속에서 간단하게 지킬 수 있는 척추건강 수칙도 무시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감기보다 흔하고, 전국민의 10%는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많다는 요통. 이달의 '국민 건강 업그레이드'는 '척추 바로 세우기'로 정했다.

◇척추가 약한 사람들='마녀의 일격'. 평소 멀쩡하던 사람이 가벼운 충격으로 요통이 생겨 쩔쩔매는 모습을 두고 하는 얘기다. 왜 우리의 척추는 이렇게 취약할까.

척추는 30도의 비스듬한 지면 위에 벽돌을 S자 형태로 쌓아올린 위태로운 형태를 하고 있다. 7개의 목뼈, 12개의 가슴뼈, 5개의 등뼈가 위로는 무거운 머리를 얹고, 두 팔과 각종 장기를 매달고 버티고 있는 모습이다.

척추에 걸린 하중은 네발로 걷는 동물의 네 배 정도. 이를 잡아주고 있는 것이 힘줄(인대)과 근육이다.

따라서 항상 요통에 시달리는 사람은 자세가 불량하거나 운동부족으로 척추를 지지하는 인대와 근육이 약한 경우다. 허리를 많이 쓰는 환경미화원보다 자가용을 주로 이용하는 직장인에게 요통이 많은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

비만.임신과 같이 배가 나오는 현상도 척추를 힘들게 하는 요인. 배에 몰린 체중이 척추뼈를 앞쪽으로 잡아당겨 허리에 부담을 준다.

척추 건강은 생활환경과 밀접하다. 우리나라 중년여성들에게 많은 요부(腰部)변성 후만증이 대표적이다. 척추를 지지해주는 근육은 크게 허리를 굽혀주는 복근과 뒤로 젖혀주는 신전근으로 나뉜다.

그런데 밭일이나 부엌일 등 쪼그리고 앉아 장시간 생활하면 신전근이 약화돼 몸이 앞으로 구부정하게 굽는 것이다.

푹신푹신한 의자.침대도 요통의 한 원인. 허리뼈를 휘게 하는 것은 물론 균형을 잡으려고 척추뼈 주변 인대와 근육이 긴장하고, 쉽게 피로해진다.

◇척추 건강 왜 중요한가=요통은 인류의 80%가 한번 이상 경험하는 증상이다. 인간이 걷기 시작하면서 나타난 숙명적 질환인 것이다. 미국의 경우 척추관련 의료비로 매년 1천억달러가 소요된다.

더 중요한 것은 다양한 통증과 다른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 척추관은 온몸에 전달되는 신경다발의 통로이기 때문에 팔.다리 저림이나 운동 제한도 부른다.

또 하나는 척추뼈가 굽을 경우 장기가 압박을 받는다. 바구니가 납작해지듯 척추뼈와 갈비뼈 안에 담긴 폐와 위가 위축돼 호흡부전.소화불량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이 밖에도 척추신경에 심한 압박이 가해질 경우 방광이나 항문의 괄약근이 약해지고, 성기능이 저하되기도 한다.

◇생활 속의 척추 건강=자세의 기본은 옆에서 봤을 때 목에서부터 척추 꼬리뼈까지 S자를 유지하는 것. 목뼈가 뒤틀리면 이를 보상하기 위해 허리의 S자의 균형이 깨진다.

따라서 평소 목뼈를 옆에서 봤을 때 C자형으로 유지하도록 노력하고, 고개를 숙이고 작업을 할 때는 10여 분마다 고개를 뒤로 젖히는 등 목운동을 해야 한다.

서 있을 때 바른 자세를 취하려면 성악가가 손을 모으고 노래를 하는 모습을 연상하며 따라해보자. 앉거나 눕거나 활동을 할 때는 반드시 허리를 일직선으로 펴고 행동하며, 준비운동 없이 갑자기 허리를 뒤트는 자세는 피해야 한다.

여성들에게 많은 굽은 허리를 예방하기 위해선 쪼그리고 앉아 하는 작업을 피해야 한다. 부득이하다면 20분마다 한 번씩은 허리를 뒤로 젖혀준다.

비만한 사람은 체중을 줄이고, 임신한 여성은 허리를 감싸는 복대를 하면 도움이 된다.

골다공증을 예방하는 것도 주요 수칙 중 하나. 뼈가 튼튼하려면 골아(骨芽)세포에서 새로운 뼈를 계속 만들어주어야 한다. 문제는 20대부터 이 골아세포의 기능이 떨어진다는 것. 새로 만들어지는 뼈보다 파골(破骨)세포를 통해 빠져나가는 뼈가 많아지면 골다공증이 생긴다.

따라서 골아 세포를 활성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뼈를 만드는 칼슘.인산.단백질 등을 충분히 섭취하면서 운동을 통해 골아 세포를 지속적으로 자극해야 한다.

집안에 척추가 약한 노인들이 있다면 반드시 단단하게 허리를 받쳐주는 침대를 사용하게 하고, 의자를 집안 곳곳에 마련해 가능하면 바닥에 앉는 것을 피하도록 한다.

고종관 의학전문기자

◇도움말: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 이춘성 교수, 영동세브란스 재활의학과 문재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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