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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수에도 이자가…|배급수나오면 한바가지 더줘야|『추수없는 한해지구』를 가다<제2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구호의 손길만 기다릴수야 없지요』저남해남군 황산면에서는 기다리다못해 동리유지들로 「한해극복추진위」를 조직, 한해의 자치적타개에 발을벗고 나섰다.
채권·채무관계의 일시중지를 종용하고 김치된장등 부식나누어먹기운동을 벌이며 구호대상이 못된 한해민(3단보이상 5단보미만농가)의 항의를 설득 쿠마하는등 『추수할 것은 없어도 일손은 더 바쁘다』했다.
이들에겐 민심수습 또한 큰 과제가 되고 있다. 우물이 바닥나서 물에 이자가 붙으니까 말이다. 황산면에서는 우물3백54개중 1백82개가 바닥났고 나머지 우물도 갈증면하기가 어려울 정도. 한·미군이 합동으로 급수작전을 벌이지만 1일1인당 소요량4리터에 못미친다. 그래서 급히 물이 쓸일이있어 이웃에서 물한통을 빌리면 배급물로 갚을때는 한바가지를 이자로 붙여 갚고 있다.
여느때같으면 격양가가 드높은 추수기지만 한해민들에겐 한가닥 옛이야기같이 돼버렸다. 지붕위에 고추하나없고 마당도 메말라 빗자루댈것이 없다. 결국 구호가 아니고는 삶을 잇기가 어렵다. 하지만 지금의 구호로는 재난을 이기기가 난감했다.
정부가 자조근로사업을 통하여 뿌리는 밀가루로는 어림도없다. 일선행정기관의 성의는 넘치나 구호절대량이 부족하다. 『농가대여양곡은 소식도 없고 노임살포를 위한 각종건설사업의 전망은 아득하며 비료값등 농사자금의 상환연기 소식으로는 배가 부르지않다』했다.
자조근로사업만이 현재 곳곳에서 진척되고있는 구호의 전부인데 이것은 가구당 1일 3.6킬로니까 6일을 일해야만 밀가루 한부대(현지싯가 6백원)를 탄다. 하루에 1백원으로 5인가족이 먹고 살아야 하는셈이다. 『밀가루만 먹자니 씹을것이 있어야지요. 보리나 밀도 섞어주면 좋을텐데…』
어진 백성들의 건의는 정말 순박했지만 이것 마저 뜻대로 안되는 것이 오늘의 구호실태이다. 『보리쌀이 바닥나고(현재 3부의1이 절량) 추위가 몰아치면 「가난」끼리의 아귀다툼이 일어나지 않을까 두렵다』면서 당국자들은 월동구호에 신경을 곤두세운다.
무안군의 경우는 햇보리가나는 내년5월말까지 양곡 5만톤이 소요되는데 현재까지의 구호양곡 배정상황은 9, 10월분을 합하여 겨우 1천3백50톤이며 이밖에 겨울철에 대비한 특별대책은 전혀없다는 것이다. 한해구호의 성패가 바로 여기에 있는듯했다. 한해민들도 이구동성으로 『겨울만 넘기면…』하고 있다. 일부 자조근로사업장에서는 한달에 20일만취로, 구호하도록 되어있는 규정을 30일로 연장, 외상취로시키고 이10일분에대한 노임양곡지급은 추위로 작업이 불가능한한 겨울에 지급하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극히 소국적인 미봉책일뿐, 보리쌀이 떨어진 한재민을 폭넓게 돕는 월동구호가 되지 못하니 탈이다.<무안=김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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