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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꽂는 마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처음 결혼했을 때 예쁜 컴에다 들에 피는 품꼿들을 따서 꽂아본 것이 이젠 떼어 버릴수 없는 취미가 되었다. 내 화장대서랍에는 예쁜 약병 크림병 오지그릇, 마치 소꿉살림처럼 각가지 그릇들이 즐비하다. 그이는 웬 궁상맞은 취미냐고 갖다버리라고 하지만 난 아끼는 재산(?)들이다.
○…계절이 바뀔때마다 이기막힌 화기에 풀꽃들이 꽂혀진다. 거기엔 내가 지어준 이름, 꿈, 날개, 희망, 수줍음, 고독, 많은 이름들이 붙게 마련이다. 마치 내마음처럼 오늘도 난 덜여문 조롱박을 위만 도려내고 속을 파내서 한아름 들국화와 갈대를 꽂아봤다.
○…혼자 바라보며 감상하노라면 사로운 화기에서오는 질감에 무슨 큰 발견이라도 한것처럼 대견하다. 퇴근 후 그이의 칭찬이 정말 놀랐는데, 때론 궁상이 재치로도 비약하는군하며 놀려댄다.
○…화려한 꽃꽂이를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찮은데서 조그만데서 즐거움을 찾기위해 난 언제까지고 마음써야겠다. 봄이면 예쁜항아리에 진달래를 한아름, 여름엔 도라지, 가을에는 갈대와 들국화, 이렇게 계절이 바뀔때마다 제일먼저 계절에 감각을내 조그만 방 보잘것없는 화기에 가득 심으리라.

<김윤자 주부 충남 보령군 미산면 성주리 묵방입구 이태갑씨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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