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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예술의 창조-파리 비에날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제5회「파리·비엔날레」가 9월 29일부터 11월 5일까지「파리」시립현대미술관에서 개최되고있다. 참가한 나라는 주최국인「프랑스」를 비롯하여 한·미·영·독·소·「브라질」등 5대양 6대륙에서 모두 54개국이며 출품된 작품은 1천 5백 점을 헤아리는「매머드」미술전이다.

<"골치가 아픈 것들 아무 것도 아니다">
지난 9월 29일 개막식과 더불어「앙드레·말로」문화상이 다녀가고 외국대사·예술인·신문기자 등 많은 초대 객들이 예년과는 달리 초대전을 인파로 메웠다.
막이 열리자 관객들은 입구에서 커다란「쇼크」를 받았다. 2년 전과는 전혀 경향이 달랐기 때문이다. 2년 동안에 세계 청년들의 미의 관점은 너무도 변했다. 얼른 보아 정상적인 작품은 하나도 없었다. 지름 20센티쯤 되는「튜브」를 그대로 둘둘 말아 갖다 놓았는가하면「미의3여신」상을 만들어 전기강치로 성행위 동작을 흉내내기도하고 넓적한 돌 하나를 주워다 놓은 것도 있었다. 모두가 비정상적인 괴상망측한 것들만 수집해놓은 느낌이다.
2년 전만 하더라도「아마추어」눈에도 별로 거슬리지 않는 작품이 반쯤은 되었는데 이번엔 그런 것은 찾아보기 힘들다.『이게 예술이냐? 장난이지』『골치 아프다. 아무 것도 모르겠다』『예술이 이런 것이라면 예술의 가치기준을 어디다 둬야하느냐?』등등의 불평(?)이 이곳저곳에서 터져 나온다.
모두 상을 잔뜩 찌푸려 감상하다간 고개를 갸우뚱-그럴 듯 하다는 말인가? 결국은 모르겠다는 뜻일까? 너무나「쇼킹」하여 심장이 약한 사람은 관람이 불가능할 것 같았으며 정상적인 눈과 귀를 가진 사람으로선 판단키 난해한 작품들만이 모여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눈을 파고드는 듯한 강렬한 원색, 고막을 뚫을 듯하고 심장운동을 정지시킬 듯이 예리한 괴음, 현기증을 일으키는 무질서한 점과 선의 운동…바야흐로「오프·아르」「포푸·아르」의 황금시대가 도래한 것 같았다. 아무리 봐도 현시점에선 이 광란의 폭발을 반 예술로밖에 단정할 별도리가 없을 것 같다.
이젠 그림·조각·건축·음악·영화 등 예술의 상호독립시대는 완전히 끝난 것 같다. 모두 복잡한 수식과 과학적 이론으로 가득 찬, 비약하는 과학기술과 직결된 하나의 종합예술로 줄달음치고있다.

<과학적 지식으로 분석·이해되어야>
앞으로의 예술은 보고 듣고 느끼는 예술이 아니라 과학적 지식으로 분석 이해해야하는 과학예술만능시대가 올 것이다.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예술의 소재가 풍부해짐에 따라 작품은 모두「다이너믹」하고「쇼킹」한 것들로 방향전환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지상에서 그린 예술이 아닌, 무한한 우주에로 뻗는 제4차원의 예술로 발전을 하고있는 것이다. 이번에도 출품을 가장 많이 한 나라는 주최국인「프랑스」로 3백 점, 전체출품의 5분의 1을 차지했다.「플라스틱」예술작품, 유화,「데생」, 조각, 만화,「뮤지컬·컴포지션」, 무대장치, 영화 및「텔레비전」연구「필름」과 이번에 처음으로 받아들인 건축, 사진,「메달」부까지 전 분야에 걸쳐 출품하여 전시장을 완전히 석권하고있다. 특히「프랑스」는「그룹」작품이 많은데 그 중에서「다각적 문화센터」 「영원히 움직이는 다이너믹한 우주」「움직이는 박물관」등의 작품은 타국의 추종을 불허하는 걸작들이다.
우리나라는 회화 8점, 조각 2점, 모두 10점을 출품했다.『잠시 지나가는「유럽」의 전위적 작품이나 유행에 따르지 않고 각자의 특성과 사명에 마라 표현의 효과와 성실을 노렸다』는 평론가 이일 씨의 출품에 대한 변이 있었으나 막상 다른 나라들의「다이너믹」한 작품들 사이에 낀 우리의 것을 보면 너무나 정적이고 새로운「아이디어」와 환상과 모험이 없는 안일한 작품들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파리·비에날레」는 인정받은 기성작가들의 대결장이 아니고 20∼35세의 젊은 작가들이 무엇을 생각하고있으며 그들의 미래상이 무엇인가 하는 것을 보기 위한 전시회라면 우리도 무엇인가 현실비약의 꿈이 있어야되지 않을까.【파리=장덕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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