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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청와대 만찬 노알코올? NO!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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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조태권
광주요 대표

한국에는 아직 나라를 대표할 마땅한 술이 없다는 의견을 심심치 않게 듣는다. 나는 동의할 수 없다. 한국을 대표할 만한 술이 왜 없겠는가. 우리에겐 이미 세계 수준의 고급 술이 있다. 종류 또한 다양하다. 좋은 술을 생산하겠다고 죽을 힘을 다해 외롭고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뜻 있고 나약한 기업들을 무시하는 편견 때문일 것이다.

 독일에선 1880년 뮌헨 시장이 독일 경제 재건의 일환으로 개최한 맥주통 꼭지를 따는 상징적 행사가 맥주 강국으로의 이미지와 브랜드를 탄생시킨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특히 1980년 축제장에서 맥주 음용이 처음으로 허용되고 전통의상과 음식, 음악이 함께 어우러지면서 ‘옥토버페스트’는 독일 문화의 정체성을 과시하는 세계적 축제의 장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독일의 사례는 국가의 체계적인 관리와 지원. 그리고 공동체의 자부심이자 문화마케팅인 축제가 독일 맥주산업의 경쟁력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였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증거다.

 일본의 홋카이도(北海道) 도카치(十勝)와인 또한 그런 예다. 영하 25도까지 내려가는 혹한 기후와 지진에도 불구하고 매년 20억 엔(220억원)의 매출은 한 개인이나 기업이 이룬 것이 아니다. 지자체의 강력한 지원과 추진 아래 농민과 연구원, 공무원이 모두 힘을 합쳐 포도 재배와 와인 양조 기술을 개발해낸 결과다. 그리고 와인과 함께하는 쇠고기 축제와 관광산업으로까지 영역을 확장시키면서 결국에는 지역경제 전체를 활성화시켰다. 이것이 바로 나라 경제의 기반이 되는 내수경제를 일으키는 과정으로 우리가 배워야 하는 교훈이다. 일본의 성공사례 역시 미디어와 국민들의 적극적인 후원과 소비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국가 이미지와 브랜드 경쟁력이 곧 국력으로 직결된다는 것은 보편적 상식이다. 그런데 그 상식이 국가 구성원들의 의식과 의지 및 지도자의 역량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우리들처럼 국가 브랜드의 가치를 우리 안에서 찾아내 개발하려는 노력보다 외국의 성공 사례를 흉내내려는 분위기가 지배적인 나라에서는 문화상품의 저질화를 초래해 정체성을 잃어버리는 위기가 올 수 있다. 예컨대 우리의 술과 음식은 서민적이어야 하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면 안 된다고 하면서 2011년 전 세계 고급 위스키 소비 세계 1위란 대기록을 가지고 있다.

 국가 브랜드 가치란 잘 만든 상품, 잘 만든 술 하나만으로 저절로 올라가는 것이 아니다. 좋은 술이 있으려면 좋은 음식이 있어야 되고, 이를 담는 좋은 그릇은 필수며, 이 모두를 즐길 수 있는 공간과 분위기가 뒤따라줘야 한다. 그리고 그것의 가치를 소비해 주는 의식 있는 소비층이 생기고 넓어져야 경쟁력으로 이어져 세계 수준의 술이 탄생할 수 있는 것이다.

 제안을 하나 하고 싶다. 앞으로 청와대 만찬에서 노알코올 대신 어떡하든 우리의 문화상품과 전통주 한두 잔 정도만이라도 소비해 줄 것을 당부하고 싶다. 박근혜 대통령이 든 누비 지갑과 타조 가방에 눈길이 쏠려 해당 제품이 ‘품절’되는 일을 경험하지 않았던가. 세계 모든 나라의 최고 지도자는 그 나라 문화상품 마케팅의 국가대표 모델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일상은 마케팅 측면에서 세계적 수준으로 디자인돼야 하는 국익 차원의 투자인 것이다. 청와대를 우리 문화의 우월성을 공개적으로 자랑할 수 있는 현재성을 담은 전통문화 전시장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추구하는 창조경제의 정의 또한 이런 것으로부터 시작돼야 한다. 이것이 청와대 만찬의 노알코올을 찬성할 수 없는 이유다. 수입한 명품주는 사라져도 우리 고유의 현재성이 담긴 전통주까지 사라지면 절대 안 된다.

조태권 광주요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