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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의 난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최근 수개월동안 잇단 비행기 사고로 말썽이 많은 대한항공사(KAL)는 5일 현재 9대의 보유기중 5대가 고장남으로써 국내선은 단 1대로써 서울∼부산∼청주간만을 운행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 또 국제선에서는 이와 같은 틈을 타서 JAL을 비롯한 외국항공회사들이 대폭 취항을 늘리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어 KAL의 이르은 땅에 떨어지고 있다.
서울∼대판간만해도 KAL의 좌석예약을 하는 여객이 손꼽을 정도밖에 안된다고 하며 그나마 공항에 나와 F27의 초라한 모습을 보고 위험을 느껴 JAL(DC8)로 바꿔타는 한심한 지경에 이르렀다고 들린다.
KAL은 한국의 국제무대 진출, 관광산업의 발전 등에 발맞추어 비약적인 성장을 해야할 계제에 놓여있다고 할 것이다. 실제에 있어 63년에 비하여 66년에는 14만명에 달하는 3배 이상의 여객증가율을 보였고 67년 이후는 연간 여객증가율을 22%로 전망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동사소속 항공기의 안전도와 「서비스」 등은 더한층 높아지고 내외승객의 신뢰감도 두터워져야 할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AL의 발전에 대한 기대는 완전히 무너졌다. 그러나 항공사업은 국위의 선양, 외화유출의 방지, 외교 및 문화교류의 신장 등 여러모로 국가적 이익과 체모를 대표하는 중요한 사업이니만큼 이와같은 실정은 그대로 간과할 수 없는 일이다.
한편 동사는 단순한 민간기업이 아니라 유수의 정부관리기업체의 하나이다. 그 동안 정부당국은 어떻게 이 회사를 관리하여 왔기에 이와같은 파경에 이르렀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2차대전 때에 생산된 낡아빠진 항공기를 거액의 자금으로써 사들이고 최근까지 「제트」기 한대 보유하지 못한채로 수억원에 달하는 경영상의 적자만 누적하여 온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실제에 있어 동사는 기술면의 향상, 정비작업의 개선 등을 전혀 기하지 못하였고 과다한 종업원의 관리도 제대로 하지 못함으로써 노사분규가 빈발하였으나, 경영관리층은 이를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의욕조차 없었고 오직 대외적으로 은폐하는데에 급급하였다. 그 관리층은 주로 군출신을 기용하였으므로 경영의 과학적 관리방식을 외면하고 정치적 명맥을 잇는데만 여념이 없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러한 난맥상에 대한 책임의 대부분은 관계당국에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 일례로서 정부는 아직도 동 사장의 후임자도 임명하지 않고 있지 않은가.
우리는 국내 유일한 항공회사인 KAL의 체질개선과 비약적인 발전이 국가적인 관점에서 긴요함에 비추어 이제 일대 수술이 가해져야 할 것으로 안다. 관리층의 경질, 항공기 및 기재의 현대화, 노선개발과 독려, 기술요원의 양성, 보안시설의 확충 등 앞으로의 과제는 허다하다. 이에관한 당국의 과감하고 계획적인 조치가 시급히 이루어질 것을 촉구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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