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들은 문신을 한다

중앙일보

입력

와트 방 프라 사원의 젊은 승려가 기도하고 있는 사람의 등에 문신을 하고 있다.
태국의 한 불교 사원은 1년에 한 번씩 죄인들로 가득찬다. 그러나 그들은 속죄하러 온 것이 아니라 총알을 막아주는 문신을 하러 오는 것이다.

태국에서 불교 사원은 대체로 교사나 뱃사람, 의사 같은 사람들의 영적 안식처다. 그런데 방콕에서 서쪽으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와트 방 프라(Wat Bang Phra) 사원에는 갱 단원과 전과자, 조직폭력배 등 보통 사원에 가지 않을 것 같은 부류의 사람들이 찾아온다.

세속적인 고통을 해소해주지 못하는 이 사원이 왜 인기일까? 매년 2월 태국 전역에 있는 수 천명의 불량배들은 자신을 더욱 강하게 만들어 주는 마력을 얻기 위해 와트 방 프라 사원으로 온다. 태국인들은 승려들이 부적이나 염주를 통해 그들의 힘을 전해줄 수 있다고 믿는다. 와트 방 프라 사원의 경우에는 문신이 바로 그것이다. 당신도 마법의 문신을 하면 전설적인 버스 운전사의 이야기처럼 강도의 총알을 이빨로 막아낼 수 있다. 얼마나 많은 보호막이 필요하게 될지 모르니 다음 해에 또 하나의 문신을 한다. 전직 군인 솜차이는 캄보디아 국경에서 지뢰를 밟았지만 그 파편이 문신한 다리를 뚫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솜차이는 문신을 더 새기기 위해 다시 절을 찾았다. 그의 직업은 무엇일까? 그의 대답은 "당신이 상관할 바 아니다"였다.

신도들은 난초나 담배, M-150(태국산 강장제) 등의 헌납물을 지니고 줄을 서서 기다린다. 행렬의 맨 앞쪽에는 젊은 승려 뢍 피 파오가 연꽃 모양의 자리에 앉아있다. 그의 팔과 다리에는 주문과 뱀 문신이 새겨져 있다. 그는 60센티미터 길이의 뾰족한 은침을 중국 약초와 뱀의 독을 섞어 만든 진한 남빛 잉크에 담근다. 그리고는 일정한 속도로 자동차 수리공 니웻 파오푼스리의 등허리에 고대 크메르어로 부처님의 마음이라고 섬세하게 새겨 넣는다.(글자 새기기가 파오의 특기다. 다른 승려들은 동물이나 종교적인 상징들을 그린다.) 문신이 끝나면 파오는 염불을 외운다.

그리고나서 본격적인 의식이 시작된다. 문신이 귀신을 깨우면 살인 전과자 니웻은 등에서 피와 잉크가 흐르는 채로 사원 밖 자갈 위를 기어간다. 그는 이를 드러내고 으르렁거리다 야수처럼 포효하며 일어서 임시 제단 위에서 염불을 외고 있는 승려들을 향해 돌진한다. 그러나 그와 기도하는 승려들 사이에는 이런 신도들을 막기 위해 고용한 41명의 대원과 자원봉사자들이 있다. 그들은 니웻을 땅에 넘어뜨린 후 그의 귓볼을 문지른다. 그러면 귀신은 쫓겨난다.

니웻은 "힘들었지만 가치있는 의식"이라고 말했다. 몇 년 전 그는 가슴에 호랑이 문신을 했다. 그리고 그가 궁지에 몰렸을 때 한 사람이 그에게 총을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지만 총은 작동하지 않았다. 그는 "호랑이가 막아줬다"고 말했다. 이들의 이론에 따르면 문신은 비폭력을 지향하는 부처의 가르침대로 살지 않는 사람에게는 효력이 없다. 그러나 승려들은 설명은 확실히 못하면서도 문신이 힘을 준다고 주장한다.

ROBERT HORN Wat Bang Phra (TIME) / 이정애(JO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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