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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고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결혼은 계절을 타고 이루어지는 모양이다.
가을이 짙어감에 따라 도시는 결혼식장이 붐비고 농촌엔 잔치가 한창이다. 결혼 적령기의 남녀는 마음의 울렁임을 안고 생각에 잠긴다. 결혼은 남녀의 결합인 동시에 인류역사의 기본이다. 오늘의 미혼여성들은 이상적인 남편을 향해 구체적이며 솔직한 의견들을 말한다. 한국여성 (이대교육심리연구소조사·66연도이대졸업반)은 성실한 성격에 생활력과 의지력이 강한 2남을 이상적인 남편 감으로 인정했고, 일본의 젊은 여성 (소화여대심리연구회조사·66년 도심의 미혼 여성)들은 성실하고 명랑한 성격에 경제력을 갖춘 청년들-. 미국여성 (매콜 67년8월 호·각계각층상대 임의조사)은 학력과 용모와 경제력과 세심하면서 투지를 갖춘 가정적인 남성을 원하고 있다.
이처럼 미혼여성이 결혼에서 자주적이고 개인적인 자유를 누리기까지는 많은 역사를 넘어 이른 길일 것이다. 결혼「시즌」에 결혼의 역사를 더듬어 오늘의 결혼을 반성해본다.
인류최초의 신부「아담」과 「이브」의 결혼에서 아내는 남편을 따르고 남편은 아내를 다스린다는 소위 부권적 가족관계가 신의 뜻임을 구약성서는 밝히고 있다. 그리고 사람들은 19세기 중엽「다윈」이 「종의 기원」을 발표하기까지 그것이 인류가 누리는 단 하나의 결혼형태로 믿어왔었다.
그러나 원시인은 「플라톤」의 철학을 알지 못했다. 그들은 금수와 같이 순수한 애정으로 어울리고 또 헤어졌다. 남녀의 결합은 자연의 일부를 차지하는 것이었고 누구의 장애나 거리낌을 받는 일이 없었다. (「몰간」의 난교제설). 그래서 아이는 아버지가 누군가를 알 길이 없었고 유일한 혈연적 계보는 어머니일 뿐이다. 자녀들의 존경과 애정은 어머니에게만 쏠렸다. 그러한 자녀들의 존경에서 여성은 사회적·정치적으로 권위를 누릴 수 있었고, 태양처럼 홀로 빛날 수 있었다 (「바흐벤」의 모권론).
이러한 학설을 비판하는 학자들도 있다. 남성의 성적 질투심이 강한 원시사회에서 그러한 난교는 있을 수 없는 것이며 남성이 여성을 독점하는 일부일처 적인 부부생활이 이루어졌을 거라는 것이다.
만일 모계 제가 있었다하더라도 농경이나 가축을 기르는 일없이 수렵과 천연산물을 채집하는 생활에서 부모와 자녀의 가족이 사회적 단위를 이루고, 그곳에서 아버지는 가장이며 보호자이었을 것이다. (「위스터마크」의 난교제 비판). 그러나 그후의 여러 학설은 원시인의 난교제를 뒷받침하고 있다. 많은 민족이 축제 때 성적 해방을 하는 습속을 들고 있다. 이러한 풍습은 적어도 원시난교제의 향수에서 빚어지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러한 축제의 풍습은 문명서구사회에 있어서도 젊은 남녀의 광희에 들뜬 「카니벌」이 지난 후 사생아 출생의 비율이 가장 많은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우리 나라 혼인 풍속도 고대에는 극히 자유스러웠다는 설이 있다.
당사자간의 눈이 맞고 마음이 통하면 그만이고, 혼례에는 재산이나 패물이 필요 없었다. (후한서). 그저 남자가 마음에 드는 처녀머리 위에 털 깃을 꽂아주고, 처녀가 그것을 받아 집으로 돌아가면 혼인이 이루어지는 것이었다. (손도성·한국혼인풍속 고·세대64년5월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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