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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살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전 대한증권협회회장 지덕영(55)씨가 그의 소실이 휘두른 가위와 과도로 숨진 지 반년….
내연의 남편을 살해한 뒤 자신도 투신자살을 기도했던 이춘현(32·본명 춘자)여인은 부러진 다리에「깁스」를 한 채 지금도 우석대학병원308호실에 누워있다. 이 여인은 자기가 저지른 엄청난 죗과를 느끼는지 『무엇보다 지씨 가족에게 미안하며 그토록 사랑해주시던 그분을 생각하면 잠을 이룰 수가 없다』고 했다. 이 여인은 『나 같은 인간이 생에 대한 미련 같은 걸 가질 수 있느냐』고 자신을 저주(?)하면서도 손거울을 통해 얼굴을 열심히 매만지고 있다. 이 여인을 감시하고 있는 성북경찰서 김모 형사는 「이 여인이 매일 두세차례 세수를 하며 화장하길 즐긴다』고 말했다. 김 형사에 의하면 최근 이 여인은 형무소 생활을 몇년을 해야 세상에 다시 나올 수 있느냐고 물어 댄다고도. 이 여인이 6개월간 병원에 치른 치료비만도 30여만원, 병원측은 이 여인이 입원당시 남은 재산이라고는 전셋돈30만원밖에 없다고 했는데 경비 걱정을 않는 걸 보니 딴 돈이 있는 것 같다는 말도 들리고. 10월말께 치료가 끝나면 검찰에 송치될 이 여인은 『재판 받을 날이 가까와지니 불교에 의탁하고싶다』고 말하고있다.
지씨의 사인을 조사한 국립수사연구소 김상현 검사관은 지씨의 위액에서 「세코날」종류의 「바르비탈」과 「알콜」0·24「퍼센트」를 검출해 냈다. 김 검사관은 이 여인이 지씨를 살해하려고 미리 계획적으로 이 약을 탄 술을 마시게 한 모양이라고 말하고 지씨의 사인이 간장사창출혈사로 지씨가 이 술을 마시지만 않았어도 생명을 건졌을 것이라고 아쉬워하기도.
한편 지씨의 부인은 지씨가 『금방 웃으며 들어오는 것 같다』면서 지씨를 못잊어한다. 지씨가 생전에 경영하던 증권회사 등의 유업은 지씨의 장남이 이어받아 경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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