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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당의 대여자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20일 상오 박정희 대통령이 국회의장에게 발송한 공한은 그것을 야당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정국의 향방에 결정적인 역능을 하게 될 것 같다.
박 대통령의 공한이 그 내용으로 보아 「6·16특별담화」나 「진해발언」에서 별로 진전된 것이 없다고 보는 야당일각에서는 반발의 기세도 없지 않은 모양이다.
그것은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신민당이 견지해온 대여 요구란 것이 6·8총선의 전면부정시인과 사과, 전면재선거실시, 부정선거관련자처벌, 부정선거재발방지를 위한 사전보장 등으로 집약되어 있었던 때문인듯이 보인다. 따라서 그런 공식적 요구에 박대통령의 공한은 특별히 충족을 주지 못했다고 판단하는 듯하다.
그러나 공한의 말미를 자세히 보면 박 대통령이 국회의 의사나 여·야 회담의 합의사항에 대해선 언제나 존중하겠다는 뜻이 밝혀져 있다. 이것은 보기에 따라서는 그 동안 비공식접촉을 통해 야당이 요구해온 박 대통령의 이른바 「사전보장」이 확보된 상태의 내용이라 할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전체적인 문맥으로 보아 공한은 야당에 「협상이냐 단독운영감수냐」의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으나 어떻든 협상의 내용을 존중하겠다한 박 대통령의 발언은 그것이 초유의 일이요 또한 일종의 사전 보장적인 성격인 점에서 크게 주목돼야한다고 본다.
따라서 이제 문제는 그런 공한의 정신을 야당이 어떻게 소화하며 거기 따라 정국수습에의 대도를 어떻게 구축할 것이냐에 달려있다 할 수밖에 없는 듯 하다.
듣건대 신민당은 20일의 국회의원당선자대회에서 대여투쟁의 기본방향을 종래의 선에서 『유 당수책임아래 실행하는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고쳐 잡을 것에 의견을 일치시켰다한다. 다시 말하면 『4대 원칙에 소극적으로 집착할 것이 아니라』 탄력성을 갖추자는 말인 것이다. 그리고 대여접촉을 양성화하여 가령 유 당수가 영수회담에 참여케하는 등의 문호를 개방하겠다는 태도인 것이다. 이것도 중시될만한 신민당의 투쟁현실화 노력이라 아니할 수 없을 것이다.
아뭏든 우리는 20일을 기점으로 한 정국경색을 뚫으려는 여·야의 새로운 포석과 태도전환이 향후10여일의 시간의 흐름 속에서 어떻게 용해되고 어떻게 결실될 것이냐를 깊은 관심으로 주시코자한다. 사실 6·8총선 이후 1백여일을 두고 치른 후유파동은 이제 그 수습의 막바지단계에 이른감이 짙다. 박 대통령의 공한도 최후적인 수습시도의 인상이 없지 않거니와 이를 소화하여야할 야당의 입장도 앞으로의 10여일이란 시간 속에서 재정립돼야할 결정적인 계제에 이른 것 같다.
정국경색의 타개, 헌정의 정상운용은 전국민이 열망하는 바다. 그리고 모처럼 뚫린 정국수습에의 오솔길을 탄탄한 대도로 만드는 여·야의 대국적 노력의 개시는 또한 전국민이 기대하는 바다. 우리는 무엇보다도 민주주의가 기본적으로 그 기능을 회복해 줄 것을 바란다. 그리고 단독국회운영과 같은 크나큰 민주주의의 파행과 국가적 불행이 결코 연출되지 않기를 희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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