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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 비극의 남부|결식아 급증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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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무안안좌도=임판호·최성기자】가뭄에 시달린 전남 서남해 일대의 섬 사람들은 벌써부터 절량과 식수난에 허덕이고 있다. 점심을 거르는 결식 아동은 날로 늘어가고 있다. 무안군내 1백25개 유인도의 섬사람들은(인구 17만) 올해 농사를 포기한지 오래다. 목포에서 뱃길 4시간인 무안군 안좌면의 섬 어린이들은 반수가량이 점심을 잊고 있었다.
안좌국민학교는 14일 낮 12시 30분 점심시간에 6학년 2반 어린이 74명 중 교실에 남아 점심을 먹은 어린이는 34명에 불과했고 나머지 40명은 운동장에 나가 다른 어린이들 점심을 다 먹을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이 학교의 어린이 1천6백68명 중 절반 가량이 점심을 거르고 있고 요즘 들어 결석하고 있다는 학교의 말이었다. 이들에게 추석이나 가을 운동회 같은 들뜬 기분은 아예 찾아 볼 수없다. 박신규 교장은 올해 졸업반 어린이 2백65명중 중학교에 진학할 어린이는 40%가 넘지못할 것으로 보고 있었다.
예전에는 면내에 있는 안좌 중학을 비롯, 80%이상이 진학했었다. 면 당국자는 안좌면의 주민 3천6백25 가구중 절반이 넘는 1천9백59 가구가 가뭄의 피해를 크게 입어 아침 저녁 죽으로 연명하고 점심을 거른다고 말하고 있어 하루빨리 구호의 손길이 있어야겠다고 안타까와했다.
안좌면내 5개 유인도는 섬이면서도 농업이 주업으로 유일한 생계수단이다. 이웃 팔금도는 식수난이 극심하다. 우물 28개중 20개가 바닥이 났다. 팔금섬 원산리의 한 우물은 우물이 생긴이래 3백년만에 처음으로 우물 바닥이 들여다 보였다고한 노인이 한숨 지었다.
원산리 사람들은 이제부터 1백70가구 8백50명이 다 말라가는 우물 2개에 물을 축여야할 판이다.
동네사람들은 우물 하나에 감시원 4명씩을 두어 함부로 물을 퍼내지 못하게 하고 있다. 감시원들은 우물 뚜껑에 자리를 깔고 누워 밤새워 지키다가 아침 7시면 뚜껑을 열고 밤 사이 괜 물을 나누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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