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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탐구] 화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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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농가수 52%, 재배면적 86%, 생산액 2백4% 증가'. 1990~2002년까지 13년간 국내 화훼산업의 성장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성적표다. 꽃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다.

화훼는 다른 작물과 달리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98년 외환위기 이후 한때 성장세가 꺾였지만 최근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지난해 서울 양재동 화훼공판장의 경매실적은 5백13억원으로 목표액(4백50억원)을 훨씬 뛰어넘었다. 이 공판장은 경매실적이 2000년 3백25억원, 2001년 4백20억원 등으로 해마다 1백억원 정도씩 증가했다.

◇꽃 경매장은 이달부터 비상대기=양재동 화훼공판장의 윤철 영업부장은 설 연휴가 끝나자마자 '비상대기'다.

이달부터 화훼 성수기이기 때문이다. 꽃수요가 많은 졸업.입학, 밸런타인 데이, 어버이의 날 등이 5월까지 몰려 있다. 양재동 화훼공판장에서 경매되는 연간 물량의 절반 가량이 이 기간(2~5월)에 거래된다.

선물.꽃꽂이용 '절화(折花.가지째 꺾은 꽃)'의 경우 하루 평균 2억원어치가 거래되지만 이 시기에는 3억원이 넘는다. 경매시간도 보통 오전 1시부터 3~4시간이면 끝나지만 이때는 아침 8시까지 넘기기 일쑤다.

절화는 아침 일찍 거래되는 난(蘭).관엽(觀葉.잎을 관상의 대상으로 하는 식물)과 달리 당일 소비자에게 판매돼야 하기 때문에 새벽부터 거래된다.

윤부장은 "성수기에는 경매시간이 길어 일주일에 한두번은 회사에서 밤을 새기도 한다"며 "경매가 없는 주말에는 물량 확보를 위해 전라도 강진.장흥 등 화훼지역으로 출장을 간다"고 말했다.

농림부는 지난해 화훼분야의 생산액을 7천2백90억원으로 추정했다.

전년도 생산액(6천9백66억원)보다 4.7% 증가한 수치다. 화훼는 지난 90년 2천3백93억원에 불과했지만 95년 두배가 넘는 5천90억원으로 성장했다.

이후 해마다 2~11%의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성장으로 농업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커졌다. 90년에는 농업 총생산액에서 화훼 비중이 1.35%에 불과했지만 2001년에는 2.07%로 늘었다.

국내 화훼산업은 국화.장미.백합의 비중이 큰 게 특징이다. 이들 세 가지 꽃의 재배면적이 전체의 65.3%에 달한다.

화훼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대부분 경조사용 꽃이 많고 가정용은 10%에 불과하다"며 "30% 이상이 가정용으로 쓰이는 일본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 화훼 재배면적 가운데 절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40.6%(2001년 기준)로 분화(盆花.화분에 심어놓은 꽃.15.9%) 보다 훨씬 크다.

현재 국민 한 사람이 꽃을 사는 데 쓰는 비용(1인당 화훼소비액.2001년 기준)은 1만4천7백14원이다. 이를 장미 1속(보통 10송이)의 당시 시세(2천1백15원)로 환산하면 한 사람당 한해 평균 70송이의 장미를 소비하고 있는 셈이다.

◇99년 이후 무역수지 흑자=90년대 초반까지 우리나라의 화훼산업 무역수지는 적자였다. 90년 2백48만달러어치를 수출하고 1천28만달러어치를 수입해 7백80만달러의 적자를 보였다. 하지만 99년 흑자(2백49만달러)로 전환한 뒤 흑자 규모가 2000년 9백42만달러, 2001년 1천1백16만달러로 크게 늘었다.

우리나라의 수출품목은 선인장.난에 불과했지만 90년대 말부터는 국화.장미.백합 등 절화로 수출 주력품목이 바뀌었다. 수입품목은 난이 특히 많다. 지난해 11월까지 화훼 수입(2천76만8천달러) 가운데 난 수입 규모는 63%를 차지했다.

또 화훼 수출액 중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76%다. 중국(9%).미국(6%) 등에 비해 압도적이다. 먼 곳으로 수출하기에는 선도 유지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지리적으로 가까운 일본을 주로 공략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내수 뒷받침돼야 지속 성장=화훼산업의 문제점은 소비구조가 기형적이라는 점이다. 대부분 경조사나 선물용으로만 쓰이는 데다 특정 기념일에 소비가 편중돼 있다. 화훼농가에서 계획 생산을 하기 어려운 소비구조라는 것이다.

농림부 박순연 사무관은 "국내 꽃산업은 밸런타인 데이 등 특정 기념일에 소비가 너무 몰려 내수와 수출이 균형을 이루지 못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화훼 농가에서는 시기만 잘 맞추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어 규격화된 제품을 생산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는 규격화된 상품을 대량생산해야 하는 수출에는 치명적이다.

특히 대형 농장에서 주로 꽃을 생산하는 선진 유럽과 달리 우리나라는 소규모 영세성을 벗지 못하고 있는 것도 걸림돌이다. 1천2백평 미만인 소규모 농가가 전체의 70% 가량을 차지하고 있어 외국에 비해 생산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얘기다.

유리.자동화 온실 시설을 갖추기보다는 노지나 비닐 온실에서 주로 생산하고 있다. 화훼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꽃 생산성 수준은 네덜란드의 50%에 불과하다. 또 유통과정에서 재래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 불공정 거래의 소지가 높다. 수도권 반입량 중 재래시장의 거래비율이 78%를 차지할 정도다.

정부는 꽃산업과 관련, ▶시설 개선▶경매제도 활성화▶신품종 육성▶꽃 이용 생활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2011년까지 꽃 생산을 1조1천억원 규모로 확대해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키울 계획이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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