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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생 , 변호사 합격률 90% 요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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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지난 22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법조인력과. 전국 25개 로스쿨 재학생 6000여 명을 대표하는 로스쿨학생협의회 대표단이 ‘민원인’ 자격으로 이곳을 방문했다. 26일 합격자 발표를 앞둔 변호사시험과 관련해서다. 이들은 ‘입학정원 대비 합격률을 정하는 현행 시험 방식이 자격시험 취지에 부합하느냐’는 내용의 질의서를 제출했다. 로스쿨생들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변호사시험 합격자 발표를 두고 집단행동에 나섰다. 한마디로 “합격률을 높여 달라”는 취지다.

 로스쿨학생협의회 측은 “로스쿨 설립 취지에 맞도록 의사시험처럼 일정 수준 이상의 로스쿨 졸업생은 누구나 변호사 자격증을 딸 수 있게 자격시험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법무부 변호사시험 홈페이지 게시판과 로스쿨생 5600여 명이 가입한 인터넷 카페 ‘로이너스(www.lawinus.net)’엔 “합격률을 90% 이상으로 끌어올려 달라”는 로스쿨생의 민원성 글 수십 개가 올라왔다. 합격자 발표일이 다가오면서 법무부 법조인력과엔 로스쿨생은 물론 학부모들까지 합격률을 높여달라는 전화를 많이 걸어온다고 한다.

 집단행동에 나선 로스쿨생 대부분은 지난 1월 2회 변호사시험을 치른 로스쿨 2기 졸업생이다. 반면 사법연수원 출신은 물론이고 지난해 변호사시험을 치른 로스쿨 1기 졸업생 일부는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75%(또는 그 이하)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해 갈등이 증폭하고 있다. 이미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이들은 합격률을 높일 경우 지금도 어려운 변호사 시장이 더 열악해질 것으로 우려하기 때문이다.

 1회 시험에선 로스쿨생 1665명이 응시해 1451명(87%)이 합격했었다. 1기 로스쿨생들도 2010년 12월 집단 자퇴 성명을 내고 법무부 청사 앞에서 “1회 변호사 시험에서 80~90%를 합격시켜 달라”며 시위를 벌였다.

 외부 환경도 로스쿨생의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올 초 연수원 출신 변호사들의 지지를 업고 당선된 위철환(55)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나승철(36) 서울변호사회 회장은 로스쿨에 입학하지 않고도 변호사가 될 수 있도록 하는 변호사 예비시험 도입, 사법시험 존치 등을 주장하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박영선(53) 민주당 의원은 변호사 예비시험 제도 도입을 골자로 하는 변호사시험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로스쿨 학생들은 당연히 반대 입장이다. 로스쿨학생협의회는 “변호사 예비시험을 도입하면 고비용의 사교육을 받는 학생들의 기형적인 진입통로로 활용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시장에선 로스쿨 출신보다 사법연수원 출신 변호사를 선호하는 상황이다. 일부 대형 로펌에선 로스쿨 졸업생의 급여를 연수원 출신과 차등화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정부·공공기관과 민간기업에서도 로스쿨 출신 변호사에 대한 대우가 예전만 못하다.

 전문가들은 사법시험이 존속되는 2017년까지 이 같은 과도기적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호선(49) 국민대 법대 교수는 “로스쿨 입학생의 5% 수준에 그치는 사회배려대상자 특별전형을 대폭 확대하거나 일본·미국처럼 로스쿨을 졸업하지 않고도 변호사가 될 수 있는 길을 열어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승필(45)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다양한 경력의 학생들을 법조인으로 배출하자는 로스쿨 설립 취지를 고려할 때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일정 비율로 제한하기보다 자격시험화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김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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