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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카에다 잡지·사이트가 테러범들 교과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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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보스턴마라톤, 캐나다 열차, 리비아 프랑스대사관. 최근 테러리스트들이 노린 목표물이다. 일련의 테러나 시도가 알카에다와 직접 연관이 있는지는 아직 분명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테러리스트들이 ‘외로운 늑대’든지, 중무장 조직이든지 간에 이들이 어떤 형태로든 알카에다와 연결돼 있다는 공통점이 드러나고 있다.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격과 오사마 빈라덴 제거 이후 기반이 크게 약화됐던 알카에다가 웹사이트 등 디지털 무기를 앞세워 글로벌 이슬람극단주의 테러리스트를 한데로 엮는 구심점으로 되살아나고 있 다.

 알카에다의 온·오프라인 매거진 ‘인스파이어’(위 작은 사진)는 다른 테러단체와 자생·개별 테러리스트들이 즐겨 찾는 매체다. 총격전 끝에 숨진 보스턴 테러 주범 타메를란 차르나예프도 2010년부터 발행된 이 잡지의 광팬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가 테러에 사용했던 압력솥 폭탄의 제조법은 이 잡지 제1호에 나온다. 런던 증권거래소를 폭파하려 했던 파키스탄 출신 테러리스트 루크사나 베굼이 지난해 12월 체포됐을 때도 이 잡지가 발견됐다고 독일 일간 디벨트가 전했다.

캐나다 열차 폭탄 테러를 모의한 혐의를 받는 치헤브 에세가이에르(30·왼쪽)가 23일(현지시간) 토론토 북쪽 뷔통빌 공항에서 캐나다 연방경찰(RCMP)의 호송 아래 비행기에서 내려오고 있다. [토론토 AP=뉴시스]

 인스파이어 10호에는 테러 지침서가 실려 있다. 쇼핑센터 주차장을 어떻게 폭파할 수 있는지 알려준다. 도로에 윤활유를 뿌려놓고 연쇄충돌 교통사고를 노리라는 대목도 있다.

 알카에다는 아프간 훈련캠프와 같은 대규모 오프라인 테러리스트 양성소가 줄어들면서 테러 목표물도 보안과 경비를 쉽게 뚫을 수 있거나 감시가 취약한 곳으로 바꾸는 것을 유도하고 있다. 보스턴마라톤과 같이 수만 명의 참가자와 관중이 모이는 대규모 스포츠 이벤트가 대표적이다.

 알카에다가 운영하는 웹사이트 ‘안사르 알무자히딘’에는 테러 목표가 암시되기도 한다. ‘다음에 어디를 공격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글엔 “알라의 도움으로 우리는 이슬람인들의 노예화를 조종하는 이교도의 심장을 공격하라”고 적혀 있다. 미국·덴마크·프랑스 등에 대한 테러가 예고됐다. 프랑스가 주도한 말리의 이슬람 세력 공격에 개입한 나라들도 포함됐다. 보스턴은 알카에다가 지정한 시간에 공격 목표가 된 도시일 수도 있다.

 서방국가의 인프라 시설에 대한 공격은 알카에다의 테러 대상 상위 리스트에 올라 있다. 빈라덴 사살 당시 테러 기획자 유니스 알마우레타니가 2010년 3월 그에게 쓴 17쪽짜리 문서가 발견됐다. 여기에는 터널·교량·저수지둑·수도관·인터넷케이블 등이 새 목표물로 올려져 있다. 파키스탄에서 2008년 체포된 미국 여권 소지 백인 브리안트 닐 비나스는 알마우레타니의 지시를 받아 뉴욕 롱아일랜드의 철도를 조사했다. 이번에 캐나다에서 적발된 열차 테러 미수를 떠올리게 한다.

 리비아에서는 23일(현지시간) 프랑스대사관에서 차량폭발 테러가 발생했다. 리비아 남부와 동부에는 알카에다 지부인 이슬람마그레브가 운영하는 테러 훈련캠프가 있다.

한경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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