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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거릿 대처 남편 데니스 경 외로움에 이혼 고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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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지난 8일 서거한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의 자서전이 22일(현지시간) 출간됐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편집장 출신의 언론인 찰스 무어가 쓴 자서전 『마거릿 대처:돌아서지 않는다(Not For Turning)』는 유일한 대처의 공인 자서전이다. 대처는 총리 재직 때인 1980년 대처리즘에 대해 보수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일어나자 “이 여성(나)은 돌아서지 않는다(The lady’s not for turning)”라는 내용의 연설로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번에 출간된 1권은 포클랜드 전쟁 때까지를 배경으로 알려지지 않았던 대처의 사생활을 주로 소개했다. 2권은 대처의 총리 임기 후반부와 퇴임 뒤 생활을 다룰 예정이다.

 자서전에 따르면 대처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로 알려진 남편 데니스경이 한때 대처와의 이혼을 고려했다. 대처의 딸 캐럴은 “아버지는 50번째 생일 직전에 과로로 인한 신경쇠약을 겪었는데, 이를 인생의 기로로 생각했다”며 “아버지는 정치인과의 결혼 생활 모든 부분을 싫어했다”고 말했다. 또 “어머니가 너무 현업에 열중한 나머지 아버지를 외롭게 남겨 뒀다”고 전했다. 대처 역시 “당시 세상이 거꾸로 뒤집힌 것 같았다”고 돌아봤다.

 자서전에는 대처가 언니 뮤리엘에게 보낸 사적인 편지 150통도 공개됐다. 여기에는 대처가 남편을 만나기 전 데이트했던 남성들에 대한 이야기도 등장한다. 대처의 첫사랑은 옥스퍼드대에 진학한 뒤 1944년 옥스퍼드대 보수협회에서 만난 토니 브레이였다. 두 사람은 당시 18세 동갑이었다. 브레이는 장교 후보생으로 군 입대를 앞두고 있었다. 그는 대처의 외모와 정치 열정에 매력을 느꼈다고 자서전은 전했다. 두 사람은 무도회에서 춤을 추곤 했고, 브레이는 그때마다 대처에게 카네이션을 선물했다. 브레이가 군에 입대하고 독일에 배치되면서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다트퍼드에서 총선 입후보를 준비하고 있었던 49년 대처는 인생을 바꿀 남성 두 명을 만났다. 한 명은 훗날의 남편인 데니스, 한 명은 윌리 컬렌이라는 농장주였다. 대처는 뮤리엘에게 쓴 편지에서 데니스의 첫인상에 대해 “돈은 많은데 별로 매력적이지는 않고 내성적이야. 하지만 굉장히 착해”라고 썼다. 컬렌 역시 비슷한 시기에 대처를 만났고, 값비싼 핸드백 등 선물 공세를 펼쳤다. 하지만 그가 언니 뮤리엘에게 더 어울린다고 생각한 대처는 두 사람의 만남을 주선했다. 컬렌과 뮤리엘은 50년 결혼식을 올렸다.

 대처는 59년 보수파에 대한 지지세가 압도적인 핀츨리에서 당선돼 의회에 입성했다. 그런데 이는 사실 대처도 모르는 사이 벌어진 당내 경선의 선거 부정으로 얻은 어부지리였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당시 대처는 경선에서 46대43으로 상대 후보 토머스 랭턴을 3표 차이로 누르고 후보로 선정됐다. 하지만 당시 보수당 지역위원회 의장이었던 버티 블래치는 “랭턴은 워낙 명문가 출신이라 또 다른 좋은 자리를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를 지지하던 두 명에게 대처에게 표를 던지라고 했다”고 말했다.

 대처의 정책 자문이었던 존 호스킨스경이 대처의 독선적 리더십에 혹독한 비판을 한 사실도 드러났다. 그는 81년 대처에게 메모를 보내 “당신은 약한 동료를 괴롭히고, 부하들 면전에서 비판하는 등 바람직한 인재 관리법을 모두 거스르고 있다. 여성에게 공개적으로 반박하면 불경스러워 보일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고 비난했다. 자서전은 또 80년 아르헨티나와의 협상에 영국 쪽 대표로 나섰던 니컬러스 리들리가 “와인도 생산되지 않는 포클랜드는 영국에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아르헨티나는 82년 포클랜드를 침공했다.

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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