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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숙 보이콧, 민주당의 몽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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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강인식
정치국제부문 기자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은 23일 국회에서 ‘데뷔전’을 치를 예정이었다. 그러나 국회 상임위원회 문턱조차 넘어서지 못했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소속 민주통합당 의원들이 “자질 논란으로 국회가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은 윤 장관을 박근혜 대통령이 임명 강행한 데 항의한다”면서 윤 장관의 업무보고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22일에도 윤 장관은 충남 태안 유류 피해 특별법 개정안 심사를 위한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할 예정이었으나 민주당 의원들의 거부로 손재학 해수부 차관이 대신 나섰다.

 윤 장관은 19일 청와대에서 첫 업무보고를 하고, 22일엔 새누리당과의 비공개 당정협의에 나와 현안에 대한 질의에 답변했다. 청문회 때와는 다르게 진지하고 내실 있는 답변을 해 칭찬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팔이 안으로 굽기 마련인’ 정부여당의 평가다. 야당이 빠진 청와대 업무보고나 당정협의를 윤 장관의 첫 시험대로 인정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윤 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전문성과 리더십은 물론 장관직 수행 의지조차 보여주지 못했다는 게 중론이었다. 9~10일 한백리서치·한국정책신문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응답자의 64.7%가 장관 임명에 반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17일 윤 장관을 임명했고, 이제 되돌릴 수 없는 일이 됐다.

 그렇다면 국회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 인사청문회 당시의 주장대로 윤 장관이 직무를 수행하지 못할 만큼 자질 미달인지 검증해야 할 ‘의무’를 가진 기관이 국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야당은 익숙한 수순을 밟고 있다. 업무보고 거부와 회의 보이콧. 대통령이 야당의 우려를 받아들이지 않은 데 대한 항의는 이해할 수 있지만 국민이 생중계를 통해 윤 장관의 자질을 가늠해 볼 기회를 빼앗아 버렸다.

 윤 장관은 취임과 함께 메이크업과 헤어스타일, 옷과 안경까지 모두 바꿨다. 눈에 띄게 붉었던 립스틱은 절제된 색으로 바뀌었고, 공석에서 ‘이걸 어떻게 대답해야 돼~’하고 혼잣말로 중얼거리던 모습도 사라졌다고 한다.

 그래서 국민은 더 궁금하다. 윤 장관이 지우려고 하는, 청문회 당시의 이미지는 실수인 건지 본질인 건지. 윤 장관은 이번 주 내내 국회에서 대기하고 있을 예정이다. 24일엔 국회 예산결산특위에서 정책질의, 25~26일엔 대정부 질문이 기다리고 있다. 야당이 이마저도 거부로 일관한다면 ‘검증도 않고 몽니만 부린다’는 비판을 면키 힘들 것이다.

강인식 정치국제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