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여대생, '노예 착취' 미 기업들에 천문학적 소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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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미국기업이 노예무역과 관련됐다는 증거를 찾아낸 전 법대생의 변호인단은 화요일(현지시간) 미국에 살고 있는 노예의 후손들에게 수십억달러의 배상금을 지급할 것을 요구하는 소송을 연방법원에 제기했다.

브루클린 연방법원에 제출된 이번 소송에서 플리트보스턴 파이낸셜과 철도회사 CSX, 애트나 보험회사가 거명됐고, 차후 최고 100여개의 기업이 재판에 연루될 것으로 전망된다.

변호인단은 해당 기업을 음모, 인권침해, 노예무역을 통한 전임자들의 부정축재, 노예의 노동력를 착취해 회사이익을 취한 혐의로 고소했다.

이번 소송의 주 원고인 데드리아 파머-팰먼은 "이 회사들은 인간과 노동력을 착취하고, 억지로 자식을 낳게하고, 고문하고, 수없이 많은 끔찍한 잘못을 저질러 이익을 갈취한 회사다. 당연히 그들은 부정한 행위로 모은 재산에 대해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

파머-펠먼은 노예의 합법화에 애트나사가 보험사로서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배웠다고 말했다. 그녀는 애트나사에 이러한 관습에 대한 정책 문서를 요구했고, 애트나사는 그녀에게 그 자료를 제공했다.

이번 소송은 3천5백만 미국내 흑인을 대표해 제출됐다. 이번 소송은 '착취당한' 노동력과 부정축재에 대한 금전적 보상을 추구하면서, 해당 기업에는 '불법 이득'을 포기할것을 요구한고있다. 또 원고측은 보상과 그에 상응하는 손해배상도 요구하고 있다.

이번 소송은 특정금액을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1790-1860년 사이에 노예들이 노동의 대가로 지불받지 못한 금액을 4천만달러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현재가치로 환산하면 1조4천억달러에 달하는 금액이다.

원고측은 애트나사의 전임자들이 "노예 주인에게 그들의 인적 재산에 대한 보험을 들도록 했다"고 단언했다.

이번 소송에 대해 애트나사는 "우리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있지만, 법정이 수백년전에 일어난 일에 대한 소송을 인정하리라고 믿지 않는다. 그 사건은 현재의 애트나사와 아무 상관이 없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번 소장에서는 플리트 보스턴사를 프로비던스 은행의 후임자로 지명했다. 원고측에 따르면 프로비던스 은행은 로드 아일랜드의 노예상인 존 브라운이 세운 은행이다. 플리트보스턴사는 아직까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버지니아주 리치몬드에 본사를 둔 CSX사는 노예들의 노동에 의해 세워지거나 운영됐던 수많은 철도회사의 계승자로 지명됐다.

CSX사는 성명서를 통해 "이번 소송은 가치가 없으므로 기각돼야 한다. 원고는 한세기전에 일부 철도회사들이 정치 법률적으로 합법적인 절차를 통해 철도건설에 노예 노동력을 사용했던 사실 때문에 우리회사를 고소했는데, CSX사는 1980년에 설립됐다"고 반박했다.

노예제도 배상금 문제는 논란의 여지가 많다. 지난달 CNN과 USA투데이, 갤럽의 공동 여론조사 결과 백인과 흑인은 이 문제에 대해 큰 견해차를 보였다.

백인응답자는 10명중 9명은 정부가 노예의 후손에게 금전적 보상을 할 필요가 없다고 대답했고, 겨우 6%만이 금전적 보상에 찬성했다.

55%의 흑인은 정부가 금전적인 보상을 해야한다고 답변했고, 37%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응답했다.

이 여론조사는 지난 2월8일부터 10일까지 1001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응답자 중 백인은 820명, 흑인은 146명이었다. 흑인응답자의 오차범위는 ±9%고, 백인은 ±4%다. 표본집단의 크기에 따라 오차범위가 달라졌다.

같은 응답자들을 대상으로 '노예의 노동력을 착취한 기업이 흑인에게 사과를 해야 하느냐'고 물은 질문에는 흑인의 68%가 '그렇다'고 답했고, 23%는 '필요없다'라고 대답했다. 백인 응답자 중에서는 32%가 '그렇다', 62%가 '필요없다'고 응답했다.

흑인응답자의 75%는 관련된 기업이 노예의 후손을 위해 장학재단을 설립해야 한다고 대답했고, 20%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응답했다. 같은 질문에 백인은 35%만 찬성했고, 61%는 반대의견을 나타냈다.

NEW YORK (CNN) / 이의헌 (JO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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