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18일만에 잡힌 「춘우군 유괴사건」|“숙제하게 엄마한테 보내 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진주=나오진·박재홍기자】나이 어린 춘우군은 끝내 죽어 있었다. 악을 모르는 어린 가슴을 살인마의 팔 속에서도 『숙제를 하게 빨리 엄마한테 보내도고…』라는 외마디 말을 남기고 숨졌다. 범인들은 춘우군을 죽여놓고 몸값을 요구했다. 끔직한 사건의 언저리엔 춘우군이 유괴되는 광경을 처음부터 지켜보았고 범인의 얼굴을 알면서 끝까지 한마디 귀띔도 하지 않은 「비정의 방관자」가 있었다.

<범인들 주변>
(1)주범 김경태의 어머니 김호순(51)씨는 김이 어릴 때 아버지 김귀봉(57)씨와 헤어져 재혼했으나 현재는 본적지인 의령군 대의면 천곡리에서 동생 문태(16)군과 같이 살고 있으며 김은 본적지 대의국민학교를 졸업한 후 아버지와 함께 진주에 나와 단둘이서 김이 벌어오는 월수 4천원으로 끼니를 이어왔고 김이 체포된 서울 성수동 1가 삼익피아노사 기숙사에 친형 김상태(27)씨가 살고 있다.
(2)공범 형제인 최정석은 진주시내 대아중학2년 중퇴, 외석은 국민교 4년 중퇴 후 줄곧 무직.
4살 때 아버지와 사별, 사천군 용현면 온정리에서 지게품팔이 등을 하다 진주로 나와서도 어머니와 행상으로 겨우 살아왔다.

<백사장서 모의>범인들의 행적
이들은 춘우군을 생매장한 후 낮에는 주로 진주시 동쪽 남강 백사장을 모의 장소로 쓰면서 춘우군의 부모와 만나는 장소는 정반대인 서쪽시내 도동을 택했다.
이튿날부터 이들은 협박장 발송방법에 대해 여러 차례 모의를 갖고 미래 준비했던 협박장을 진주 우체국을 통해 춘우군 아버지 박종복(51)씨 앞으로 부쳤다.
그 후 이들은 8회의 협박편지(인편2회·우편6회)와 협박전화 2번, 쪽지 1번 등 모두 11번이나 협박했으며 세 차례나 대담하게 춘우군의 부모 또는 가족들과 협상했다.
▲31일 밤 11시40분쯤 춘우군 집에서 50미터쯤 떨어진 대륙공업사(춘우군의 아버지가 경영) 정문 앞에 범인 2명이 나타나 수위 박태일(62)씨에게 『춘우군이 병이 났다. 춘우 어머니에게 1일 밤 10시 금석국민학교 정문 앞에서 2개의 가죽가방에 1백50만원씩 3백만원을 가지고 오라』는 협박을 하고 사라졌다.
▲1일 밤 10시쯤 춘우군의 어머니 강씨가 범인들의 협박대로 금석국민학교 정문 앞에서 범인들과 만났다.
이때 강 여인은 범인들에 처음 요구한 금액보다 50만원을 깎아달라고 사정했었다.
▲2일 밤 10시 정각에 춘우군의 어머니 강달막(39)씨는 7번째 협박장의 지시대로 2백50만원을 바구니에 싸들고 진주여고(진주시 상봉동) 교문 앞에서 24세쯤 되는 청년 1명과 만났다.
범인들은 강 여인이 갖고 간 5백원권 돈 뭉치를 확인한 다음 『춘우를 데리고 오겠으니 기다리시오』라고 말하고 어둠 속으로 사라질 무렵 진주경찰서 이모 형사가 학교 강당앞 정문 쪽에서 걸어나오다 숨어있던 다른 2명의 범인들에게 들켰다.
범인들은 돌멩이로 신호를 해서 도망하기 시작, 당황한 이 형사가 권총을 발사했으나 끝내 놓치고 말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