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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지는 구주의 불황|기적의 연속 깨뜨린 진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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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경제의 흐름에 기적의 연속이란 없다. 제2차 대전으로 말미암은 폐허 위에서 「마셜·플랜」으로부터 EEC경제권 성립에 이르기까지 재기의 몸부림 끝에 고도성장을 이룩, 번영을 구가하던 서구에도 1년째 불황의 찬바람이 모질게 불고 있다. 「라인」강의 기적이라고 경제재건의 귀감으로 불리던 서독, EEC성립 후 세계 제2경제권 안에서 콧대가 높을 대로 높아진 불란서, 「파운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필사적인 방어전선을 구축하고 있는 영국 등등 서구의 주요 국들이 모두 불황의 파도 속에서 경기회복의 구조대를 찾을 애쓰고 있는 실정.
설비투자가 침체하여 경제성장이 정지되고 있는 서독의 불황이 불란서 경제에까지 영향을 미쳐 「불황수출」이라는 말까지 나도는가 하면 금년 봄부터 경기회복을 노리던 영국이 중동전쟁으로 인한 「파운드」불안 재연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놓치고 말아 계속 「불황증」에 신음하는 구주 선진국의 가는 길은 어디일까? 이태리를 제외한 전반적인 구주불황을 보면-.
지난 7월 20일로 영국은 임금동결 등, 초 긴축정책 실시 1주년을 맞았다. 그러나 1년 동안 경기침체가 회복될 조그마한 기미라도 보이기는 커녕 7월 중순의 전국 실업자는 반갑지 않게 그대로 49만6천명 선을 유지, 실업율 2.1%로 27년만의 기록에 도달했다.
더구나 영국의 운수가 불길했던 것은 중동전쟁 발발. 단 사흘간의 짧은 전화였지만 금년 봄부터 경기 확대를 예상했던 정부의 의도가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도록 했고 가뜩이나 허약해진 「파운드」화를 궁지에 몰아넣었다.
업종별로 보아 불황이 제일 크게 눈에 띄는 것은 자동차부문. BMH를 비롯하여 미국계의 「포드」 「보크스홀」 「루스」 등의 「메이커」가 지난해 가을부터 소비억제를 위한 할부제 신용규제 강화 등에 침을 맞아 일제히 인원정리, 조업단축에 쫓겨 들었다.
대미수출은 작년보다 12%가 늘어나 약 40만대에 달했으나 미국의 수입률이 16% 확대된 것을 감안한다면 시장점유율도 11%이하로 떨어졌다.
이와 같이 자동차업계가 국내소비와 수출의 침체로 불황의 단면을 대표하고 있는데 여기에 기계공업계의 불황이 민간설비 투자의 감퇴를 반영하기도-.
기계공업전체의 신규수주가 작년과 변동이 없는 민간설비투자 때문에 출하고가 약 4%로 떨어지고 있고 기계의 수주고 접수도 1년 전에 비해 15%감소하고 있다.
경기확대를 위해 영국정부는 민간설비투자를 자극하도록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산업계 전반에 걸친 투자의욕은 아직도 저조. 때문에 금년도 목표인 실질 성장율 3%달성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
(1)임금상승 (2)소비물가 앙등 (3)예산팽창 등에 겹쳐 무역수지 역조로 2년 전부터 시작된 서독의 불황은 국내 유효수요 감퇴를 유발, 결국 금년 상반기의 무역수지가 88억「마르크」라는 흑자를 보였으나 이것이 「불황수출」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
왜냐하면 국내불황으로 제품의 처리할 길을 찾은 서독산업은 해외시장으로 소화할 방법을 모색, 싼값으로 물건을 팔아 넘기는 대신, 수입수요가 없이 「빛 좋은 개살구」격인 무역흑자를 보이기 때문.
서독 불황의 대표적인 표본은 서독공업의 중심지인 「루르」공업지대. 국내의 실업자 20만명을 배출한 불명예 지대로 전락한 「루르」지대는 산더미 같은 석탄더미들이 쌓여 해를 묵히고 있고 이 현상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철강업도 빈사 상태에 몰아넣고 있다.
이외에 자동차생산고도 감소, 1월∼6월중의 생산대수는 1백81만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줄고 이중 승용차는 99만대로 연간 2백만대 「페이스」(지난해는 2백50만대). 『29년대의 공황이 다시 올 위험이 있다』고 경고를 받는 서독경제. 정부가 세출삭감과 동시에 증세하기로 방침을 세워 불경기 중의 증세는 부당하다고 비난을 받으면서도 77억 「마르크」의 공공투자로 경기회복의 자극제를 주려는 서독경제가 갈 곳은 금년도 경제성장률 「마이너스」라는 것. 서독의 수입수요 감퇴로 가장 골탕을 먹는 것은 불란서 경제. 구주를 휩쓰는 불황바람에 감기가 안 걸릴 수 없는 것. 공업생산지수는 지난해 11월부터 아래를 보기 시작했고 무역수지도 적자를 보이기 시작, 전국적인 산업활동의 둔화와 더불어 LF업자수는 증가 일로-7월말 현재 30만명을 헤아리고 있다.
불란서대장성 부속 INSEE(국립경제연구통계연구소)는 『금년의 실질 성장률 예상 4∼4.5%는 지난해보다 낮은 것이기는 하나 서독의 0% 영국의 1%에 비해 나쁜 것은 아니다』고 자위하고 『현재의 침체 「무드」가 서독불황에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민간은 정부의 책임전가를 반드시 옳게 받아들이고 있지 않다.
서독불황이 나쁘다고 하나 이태리의 호황은 무엇이냐고 항의하는 민간측은 「드골」의 국가경제를 가정경제의 수지 정도로 생각하는 적절치 못한 사고방식을 비난하는 판.
정부도 지금의 경기침체에 대해 낙관하는 듯한 표현은 하고 있으나 불안감만은 감출 수 없는 듯. 실업자 증가로 인한 심리적 불안요인이 소비의욕을 감퇴시킬 것을 우려한 정부는 내년도 예산을 당초 초 균형예산으로 짠다는 방침을 변경, GNP의 상승률을 상회하는 확대예산(전년대비 9.8%증 예상)을 편성함으로써 불황으로부터의 탈출구를 찾으려 노력하고 있다. <현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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