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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의 「스파이」선|「괌」도 앞에 닻 내린 「가브리엘」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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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45∼60일 교대로>
월남전이 치열해짐에 따라 태평양상의 중요한 미군기지인 「괌」의 동태를 들여다 보고 있는 도둑 고양이가 있다. 세계의 화제가 된 소련 「트룰러」선인 「가브리엘」호가 바로 그것.
핵잠함기지 「아프라」항 앞바다 3마일 밖에는 「안테나」가 무성한 소련배가 낮밤을 가리지 않고 지키고 서 있다.
어선을 가장한 이 얌체 「스파이」선이 이곳에 온 것은 지난 64년 11월 29일. 핵잠함모선 「프로티우스」호가 「아프라」항에 입항한 직후였다. 그로부터 소련 「트롤러」는 45일내지 60일만에 한 번씩 교체하면서 줄곧 이 섬 주변을 지켜 보아온 것. 이 도둑 고양이들은 「우라디보스도크」에서 온다는 것이다.
미 해군이 가진 선박연감에는 선체 1백60피트가량·7백톤급인 이 「트롤러」들이 전자도청장비를 갖춘 정보 수집용 선박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헬기로 역감시도>
이 소련배는 주로 핵잠함의 동태파악을 임무로 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월남으로 출격하는 B52 중폭격기의 이착륙 시간을 알아내어 「베트콩」에 연락하고 있다는 것이 미군들의 이야기다.
그러나 미군들은 소련 선원들이 『남태평양의 따가운 햇볕아래 휴가를 즐기고 있겠지』하고 비웃으며 할대로 하라는 태도이다.
하루 두 번씩 이 소련배를 정찰하는 미 해군 「헬리콥터」편으로 구경을 가보았다. 「헬리콥터」는 거의 20미터거리까지 접근했다.

<저공 비행해 위협>
소련배의 선원들은 수영복 차림으로 손을 흔들고 이쪽의 미군들도 손을 흔들었다. 얼마 전에는 「보트」를 타고 갔던 어느 미국인이 그들에게 맥주를 주고 「보드카」 술을 바꾸어 온 일도 있었다는 것.
한 번은 짓궂은 B52 한 대가 이 얄미운 「트롤러」를 혼내주기 위해 초저공 비행을 하면서 머리 위를 지나갈 때 폭탄을 실은 아랫배의 뚜껑을 열어 놀라게 해 준 일도 있었다고 한 미군은 웃음을 터뜨리며 이야기했다.
월남전이 끝나기 전에 『휴가를 즐기고 있는』(?) 이 「스파이」 어선은 「괌」섬 앞바다에 닻을 던진 채 굳게 묶여 있을 거라는 관측이지만 아뭏든 「기이한 전쟁행위」의 일면을 보여주고 있다. <임상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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