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인의 주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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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한 여인이 현 주소로 이사해 온 것은 2년전. 80평 대지에 30여평의 아담한 단측 양옥을 새로 짓고 이사했다. 동네 사람들은 한 여인이 정체를 모를 정도로 이웃과 왕래가 없었다. 단지 「청기와집」 「과부집」으로 통했다. 한씨는 사촌 동생이자 함께 죽은 황양의 어머니인 한계숙(44) 여인이 있을 뿐 가까운 친척도 없다는 것.
원산에서 출생한 한씨는 현재 최 모 국회의원이 보태주는 생활비와 50만원에서 1백만원짜리 계주를 맡아 일수놀이도 하여 구차하지는 않았다고.
경제적으로는 여유가 있었지만 일기장마다 마작·영화로 소일했다고 적으면서 「고독하다」는 표현을 자주 썼다.
북간도 「용정광고고녀」를 졸업, 해방 후 곧 남하했다는 한 여인은 첫 남편을 이북에서 사별, 둘째 남편 최약송씨와 함께 월남했으나 곧 이혼, 그후 안모씨와도 같이 사는 등 남자관계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생활력이 강하고 붙임성 있는 한 여인은 서울 C여고를 졸업한 양녀 최모(33) 여인을 공군중위에게 시집 보낸 후는 한때 또 다른 양녀를 기르기도 했다.
지난 22일로 끝난 일기장엔 『차츰 근심보다 즐거움이 많아진다. 올해는 절약해야겠다. 최씨의 선거가 잘됐으면 좋겠다…』고 씌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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