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우리 시대 가장 위대한 이름…샤넬(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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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가 나치로부터 해방되었을 때 깡봉街 31번지 샤넬 부티크 앞에는 때아닌 군인들의 행렬이 길게 이어졌다. 미국으로 돌아갈 군인들이 유명한 N°5 향수를 어머니와 애인에게 선물하기 위해서였다.

언젠가 마릴린 먼로는 잠잘 때 무엇을 입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몇 방울의 N°5”라고 대답했다. 향수의 클래식이라고 불리는 N°5의 명성을 나타내 주는 일화들이다.

‘샤넬=N°5’라는 공식이 떠오를 정도로 이 향수는 오늘의 샤넬을 이루어 낸 장본인이기도 하다. 마드모아젤 샤넬은 향수를 몹시 만들고 싶어했다. 그녀는 모스크바에서 일하던 저명한 화학자 에르네스트 보에게 독특하고 고급스러운 향수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그는 쟈스민과 더불어 약 80여 가지의 요소에다 향수 제조엔 처음으로 알데히드를 사용하여 다섯 가지의 향을 만들었다. 에르네스트는 다섯 가지 향수를 작은 병에 담아 마드모아젤에게 내밀었다.

그녀는 5라는 숫자가 쓰여진 다섯번째 병을 선택했다. 지난 1921년 샤넬이 N°5를 내놓자 전세계는 말 그대로 흥분했다. N°5는 병의 디자인도 인정받아 1959년 이래 뉴욕 현대미술관에 보전되어 있기도 하다.

향수의 신화는 N°19·크리스탈·코코 그리고 최근의 알뤼르까지 이어졌으며, 남성 향수도 잇따라 발표되어 안티우스·에고이스트·플라티넘 에고이스트 그리고 알뤼르 옴므가 사랑받았다. 자사의 향수 크리에이터를 보유하고 있는 3개 브랜드의 하나인 샤넬은 에르네스트 보·앙리 로베르 그리고 1978년 이래로는 3대 수석조향사로 자끄 뽈쥬가 일해오고 있다.

생전에 빨간 립스틱을 즐겨 발랐던 마드모아젤 샤넬은 종종 “향수를 사용하지 않는 여성은 거만하다. 자신의 몸에서 나오는 향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립스틱이나 마스카라 없이 외출하면 안 된다.”라고 말하곤 했다.

샤넬은 매년 두 차례의 메이크업 컬렉션을 통해 다양한 질감의 립스틱과 메이크업 제품을 선보이는데, 4색 아이섀도 ‘레 까트르 옹브르’와 자연스러운 피부 화장을 가능하게 만드는 투웨이 케익인 ‘두블르 뗑 뿌드레’ 등이 베스트셀러로 꼽힌다.

샤넬의 메이크업 제품이 이렇듯 인기를 끄는 막후에는 도미니끄 몽꾸뚜와라는 걸출한 메이크업 크리에이터가 있기 때문이다.

69년부터 샤넬에서 인터내셔널 메이크업 크리에이터로 일해 온 그는 마드모아젤과 일해 본 몇 안 되는 사람의 하나이기도 하다. 몽꾸뚜와는 “저는 마드모아젤 샤넬과 단 2년간 일했습니다. 그러나 그 기간 동안 그녀가 한 말이나 메이크업을 한 모습이 커다란 도움이 되었습니다.”라고 회상한다.

최근 샤넬은 스킨 케어 분야에서도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스킨 케어의 베스트셀러로는 보습에서 뛰어난 효과를 자랑하는 이드라 쎄럼, 보다 정확히 피부 상태를 진단하고 개선시켜주는 프레씨지옹 라인을 들 수 있다. 메이크업 제품에 특히 강하다는 기존의 인상을 뒤덮을 만큼 약진이 눈부시다.

롯데백화점 본점 화장품 매장의 매출이 아시아의 샤넬 단일 화장품 매장 중에서 최고 수준을 자랑할 정도로 국내에서 사랑받고 있는 샤넬. 샤넬이라는 이름이 전하는 고급스럽고 우아한 이미지와 뛰어난 마케팅이 결합하여 전대미문의 성공을 구가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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