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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접촉 주내 매듭|내주엔 고차적인 접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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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이효상 국회의장과 김종필 공화당 의장 등 공화당 수뇌들의 신민당 중진급 면담을 계기로 6·8 총선 이래 막혔던 여·야 대화의 길이 트이긴 했으나 신민당 측의 태도의 경화로 난국수습의 실마리는 계속 트이지 않은 채 금주를 넘길 것 같다. 공화당은 이번 주말까지는 예비접촉을 통한 야당 측의 의향타진을 끝내고 이를 토대로 내주 중에 고차적인 수습책을 마련할 계획이나 신민당 수뇌들은 박 대통령의 결단이 선행되지 않는 한 시국수습은 바랄 수 없으며 지난 2, 3일 동안 벌어진 공화당 간부들의 신민당 인사 면담은 시국수습협의를 전제로 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내세워 「성의 있는 수습안」마련이 선행되기 이전에는 개별접촉마저 거절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야당과의 다목적인 접근을 꾀하고 있는 공화당은 이번 주말까지 예비적인 접촉을 일단 끝맺을 계획이다. 정부·여당은 내주 초 그 동안의 대야 접촉성과를 종합 검토하고 새로운 정국수습책을 강구하게 될 것이라고 공화당의 한 소식통이 13일 전했다.
공화당이 대야 교섭을 이번 주로 일단 끝맺는 것은 여·야 교섭진행에 관해 신민당 내부에서 강경한 비판이 나오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러나 공화당 측은 신민당의 내부사정이 정국타개를 위한 공화당의 노력에 큰 장애가 되지 않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으며 내주부터는 보다 고차적인 대야 접근이 실시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효상 국회의장이 12일 하오 서민호 대중당 대표위원과 만난 데 뒤이어 13일 낮 12시 반 김종필 공화당 의장이 국제「호텔」 606호실에서 서씨와 만나 정국수습책을 협의했으며 장형순 부의장도 신민당 중진급 간부와 계속적인 접촉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효상 의장은 13일 신민당의 유진산씨 등을 만날 계획이었으나 유씨가 이를 거절, 회담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이 의장은 전 국회의장 곽상훈 씨를 비롯한 재야인사 몇 사람을 이번 주안에 차례로 만나 여·야 협의의 거중조정 역할을 맡아 줄 것을 요청할 계획이다.
한편 김종필 공화당 의장은 지난 6일 밤 9시 유진오 신민당 당수를 극비리에 필동 자택으로 방문, 약 2시간 동안 시국수습문제에 관해 의견을 나누었다.
재건국민운동중앙회장 김팔봉씨의 주선으로 3자가 합석한 가운데 열린 이 회담에서 김 당의장은 ①이번 선거에서 부정이 현저한 지구에 대한 재선거 실시 ②부정선거의 재발을 막는 제도적 보장 책 등을 협상조건으로 제시하고 박정희 대통령과 유진오 당수의 면담을 주선할 용의가 있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민당은 박 대통령의 시국수습을 위한 「정치적 결단」이 선행되지 않는 한 공화당과의 정국수습을 위한 공식협의는 물론 개별접촉도 갖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웠다.
유진오 신민당 대표위원은 13일『6·8 총선거로 빚어진 사태에 대한 해결의 열쇠는 박 대통령만이 갖고 있으며 박 대통령이 전면적인 부정선거를 시인하고 그에 수반되는 결단을 내리지 않는 한 정국타개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신민당은 시국수습의 전망이 보이지 않는 현재와 같은 여건 하에서는 공화당과의 어떠한 협상도 원치 않으며 또 응할 용의도 없다』고 말했다.
유 당수는 이날 공화당이 신민당 인사와 개별접촉을 통해 여·야 협상을 성립시키기로 방침을 세운데 이어 여·야 중진급의 개별접촉설이 나돌고 있는데 대해 『시국수습을 위해 신민당중진이 공화당과 만난 일이 없다』고 말하면서 이 같은 당의 공식방침을 김대중 선전위원장을 통해 발표했다.
유 당수는 『공화당이 야당인사와 접촉한 것처럼 선전하는 것은 국민에게 시국수습의 성의를 가진 것처럼 위장하고 실질적으로는 야당을 정치적 함정에 빠뜨려 투쟁대열을 약화시키려는 것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공화당이 진실로 사태수습을 위한 성의가 있다면 신민당이 요구하는 ①전면부정의 시인 ②전면재선거 ③부정선거 책임자 인책 ④부정선거를 방지하는 제도적 개혁 등 4개항을 검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결단을 선행시킬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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