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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취임사를 읽고 - 홍종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부패의 근원>
대통령의 취임 연설은 1년에 한 번 있는 연초의 교서 같은 것과는 원래 그 내용을 달리할 점이 있음직하다. 지난 4년을 돌아보고 앞으로 4년을 바라보며 국민과 더불어 흉금을 털어놓고 이야기하는 자인인 터이라, 국민의 슬픔이 곧 대통령의 슬픔이요, 대통령의 기쁨이 곧 국민의 기쁨이 될 수 있는 가운데 무엇을 참고, 무엇을 이겨나갈 것이냐 하는 우리의 역사적 목표와 희망이 뚜렷이 보이어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 관하여 대통령으로서는 하고싶은 말을 대개 들려준 줄 안다. 그러나 국민들 사이에는 그 동안 밀려오는 여러 가지 국사의 곤란한 점을 염두에 두고 대통령취임사를 읽을 때 어딘가 앞이 탁 트이는 것 같은 느낌을 가지기 어려운 바 없지 않은 것 같다.
그 중 중요한 문제로서 취임사에 나타난 바로는 6·8국회의원의 선거부정의 문제와 군정이후 다시 쌓여온 부정·부패의 문제가 있다. 이 두 가지 문제는 문제 자체의 내용과 처리의 방도는 각기 달리 다루어져야 할 것이나 그 근원은 같다 할 것이다.
즉 부정·부패는 모두 정치의 정치답지 못한 부패에서 오는 것이다. 국사를 토론하는 정치인이란 사람들의 많은 분자들이 나라의 가난을 극복하고 온 국민이 부강하여야 할 것을 생각하기보다는 사리 사욕과 당리당략에 사로잡혀 권력과 금력에 눈이 어두어 버린다면 부정과 부패는 어쩔 수 없이 괴질과 같이 국가를 좀먹게 하기 마련인 것이다. 선거의 부정이 곧 그러한 정치의 부정·부패가 창궐하면 사회정의의 원리와 방향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 것이냐 하는 두려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국회의 개원>
오늘의 부정·부패를 구제하는 길은 달리 있을 것이 아니고 제도상으로는 역시 정치에서부터, 국회에서부터 열려야 할 것이다. 국회가 국민의 양심과 애국의 정성에 호소하는 바를 성의껏 받들어 국민대표 된 책임과 권위로써 희생·봉사의 정신을 제대로 발휘케 되지 않아서는 아니 될 것이고, 그리고 국회라고 하면 정부권력을 배경으로 하는 여당의 힘뿐 아니고 여당과 정부 감시하고 견제하며 또 때로는 편을 달할 수 있는 양당을 가지지 못해서는 국회가 국회다운 기능을 발휘할 수 없을 것이고 나아가서는 정치의 부패를 구제할 길도 열리지 못할 것이다.
또 민주국가에서 국회의 기능에 못지 않게 국민의 양심을 받들고 사회정의를 옹호해나가는데 절대한 힘이 되는 것이 언론의 힘-신문의 자유인 것이다. 언론의 자유가 마비되고 신문이 권력 밑에 맥을 못 추게 된다면 그것은 국민이 입을 가지고도 말을 못하고 귀를 가지고도 듣지 못하는 결과가 될 것이고 따라서 국회도 국민의 여론의 뒷받침을 얻을 수 없게되기 쉽기 때문에 그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기 어려울 것이다. 당면하여 정치의 올바른 길을 찾기 위해서나 모든 부정·부패의 소탕을 위해서나 우리나라의 언론의 사명이 크다고 하면 그지없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오늘 이때에 우리나라의 언론자유는 어떤가. 언론자유나 신문독립의 길은 어려운 가시밭길임에 틀림없다. 만일 언론의 길을 잘살려 나가지 못한다면 민주정치의 기반도 정국의 안정도 경제개발의 추진 등등이 모두 활발키 어려울 것 아닌가 한다

<성스런 직책>
박 대통령의 이번 취임은 두 번째요, 헌법의 규정이 허하는 최대한의 임기를 누리게 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비록 공화당 출신의 대통령이라고 하더라도 여·야를 초월한 국민의 대통령으로서 국가의 먼 장래를 위하여 헌법의 정신과 규정이 명하는 바 숭고한 직책을 다하여야 할 것이다. 그런 가운데서도 국가의 건강한 생존의 기본 요건을 위하여 힘을 다하여야 할 것이다.
지금 문제되고 있는 선거의 부정에 관해서는 그 취임사에서도 선거의 부정은 급기야 6·8총선거전체를 불명예스러운 것으로 인상을 주고 말았으니 이것은 실로 우리 민주시민의 큰 실망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고 했다. 이 「불명예」와 「실망」의 정치문제를 무엇으로써 어떻게 구제할 수 있을 것인가.
이는 민주주의 어떤 방식에 의해서 시정되기보다도 대통령 자신의 정치적 지도력의 발휘에 기대됨이 크다고 보는 것이 식자들의 보편적 견해인 것 같다.
대통령은 우리의 삼대공적이란 것을 강조했다. 그러면 빈곤의 극복이나 부정·부패의 소탕, 공산주의의 격멸을 무엇으로써 성취시킬 수 있을 것인가.
이 점에 관하여 취임사에서 인간의 자유와 인권을 존중하고 인간의 양심과 친화력을 북돋우어 나가야할 것이라는 뜻을 말했다. 그리하여 우리들이 정직하고 또 성실하여 각기 가진바 창조력을 발휘케 되자면 그 힘의 원천은 무엇에 구하여야 할 것인가. 이야말로 언론의 자유 이상의 길이 없는 것이다.
언론의 자유는 신문사나 신문기자의 정직하고 성실한 창조력의 발휘뿐 아니고 실로 온 국민 개개인의 타고난 천품을 발휘하는 토대로 하는 국민의 진정한 정치적 자유를 가져야 할 것을 뜻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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