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보스턴마라톤 테러] 쇠구슬·쇠못 채운 ‘파이프폭탄’ 추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보스턴마라톤 테러 현장에서 사용된 폭발물은 ‘파이프(pipe)폭탄’ 같은 사제폭발물(IED)일 가능성이 크다. 특히 팔다리가 절단된 부상자가 많고 이들의 몸에서 금속 파편이 발견된 점으로 미뤄 쇠구슬·쇠못 등으로 채워진 폭탄이 바닥에서 터졌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베스 이스라엘 병원(BIDMC)의 스테판 에프스타인 응급담당의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부상자들의 X선에서 비비탄처럼 보이는 쇠구슬이 발견됐다”며 “(폭탄이 터진) 거리에 널려 있는 파편들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이번 폭탄이 대인지뢰 크레모아처럼 쇠구슬 수백 개를 내장하고 있다가 격발과 동시에 방출되는 대량 살상용이라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이번 테러에 사용된 폭탄을 파이프폭탄의 일종으로 추정하고 있다. 수사 당국도 1차 조사 결과 폭탄이 작고, 군에서 사용하는 콤퍼지션 폭약(C4) 같은 고성능 폭탄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미 연방수사국(FBI) 출신 폭발물 전문가 폴 페네월드는 “폭발 시 흰 연기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흑색 화약가루를 사용한 파이프폭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플라스틱 폭탄으로 불리는 C4가 폭발할 때는 검은 연기가 치솟는다는 것이다. 실제 현장에 있던 목격자들은 “굉음과 함께 흰 연기가 치솟았다”고 증언했다. 폭발 당시 현장에 있었던 아프가니스탄 참전 군인 톰 케니 역시 “터지는 소리가 아프간에서 사용된 IED와 비슷했다”고 말했다.

 파이프폭탄은 제조하기 쉽고 비용도 적게 드는 IED의 일종이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자주 볼 수 있다. 크기도 작아 은밀히 옮기기가 쉽다. 이 폭탄은 배관용 파이프 안에 쇠구슬·쇠못 등을 채워 만든다. 주로 휴대전화 같은 원격 기폭장치를 사용해 터트린다. 군사용 폭탄보다는 상대적으로 위력이 약하지만 파이프를 밀폐해 내부 압력을 높여 폭발시키기 때문에 치명적일 수 있다. 또 다른 폭발물 전문가인 프레드 버튼은 “만들기가 어렵진 않지만 제대로 폭발시키려면 수차례의 테스트 과정이 필수”라고 말했다.

채승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