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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펑 소리 후 깨어보니, 두 다리 절단된 사람들이…"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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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영광스러운 피니시 순간이 이렇게 처참하게 될 줄 몰랐습니다.”

마라토너들에게 최고 명예스러운 대회인 보스턴마라톤에 생애 처음으로 참가했던 한인마라톤클럽(KRRC) 손오승(60·플러싱)씨는 떨림에 말을 잇지 못했다.

15일 오후 2시50분 피니시라인 인근에서 2번의 폭발이 터질 바로 그 때, 손씨는 “20~30피트 옆”에서 피니시라인으로 향하고 있었다.

엄청난 굉음에 주저앉고 말았다는 손씨는 “정신을 차리고 보니 연기 사이로 두 다리가 절단되고 머리 등에 피를 흘리는 사람들이 구급요원들의 도움을 받는 장면을 목격했다”며 “경찰과 관계자들, 부상자 등이 엉켜 아수라장이 됐다”고 치를 떨어졌다.

폭발 뒤 2시간 뒤 통화였지만 그는 “아직 두렵고 정신이 없다. 다행히 몸은 괜찮았지만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요원들의 부축을 받아 안전한 장소로 옮긴 손씨는 곧바로 응원을 나온다던 아들과 딸이 번득 떠올랐다. 그는 “내가 도착할 때쯤 두 아이가 응원을 나온다고 했는데 너무 걱정됐다. 다행히 곧 무사히 만났다”고 안도의 한숨 쉬었다.

조지아 출신으로 역시 대회에 처음 참가했던 샤론 양(50)씨 역시 바로 인근에서 폭발을 경험했다. 양씨는 “끝까지 뛰어야 해서 연기를 지나 달렸는데 곧 피 범벅인 사람들을 돕는 사람들을 봤다”며 “너무 놀라 얘기할 수가 없다”고 한숨 쉬었다.

KRRC 유기택 회장은 경기를 끝낸 직후 인근 보관된 짐을 찾다가 폭발음을 들었다. 유 회장은 “폭발이 일어난 곳을 바라보니 엄청난 연기가 났다. 순간 주변에 있던 수 백명의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며 반대 방향으로 뛰어 겁이 나서 나도 함께 도망갔다”면서 “이미 마라톤을 완주해 몸에 힘이 없어 뛰다가 쥐가 나서 넘어지는 사람들로 뒤엉켰다”고 처참했던 상황을 전했다.

아내와 함께 동반 출전했던 차경학씨는 폭발 이전에 경기를 끝냈지만 아내 지현정씨가 한참을 오지 않아 걱정에 마음을 졸여야 했다. 차씨는 “경기 뒤 폭발음이 들렸고 처음에는 폭죽인지 알았는데 두 번째 폭발이 일어났고 느낌이 이상해 피니시라인으로 향했다. 도중에 유 회장님과 하얗게 질린 손오승씨로부터 폭발 얘기를 듣고 아내가 걱정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피니시라인은 이미 차단돼 어찌할바 모르고 있는데 아내가 다른 사람의 전화로 영문을 모른 채 ‘길이 막혔다’고 하길래 ‘폭발이 났다’고 울먹이며 말해줬다”면서 “1시간 뒤쯤 들어오는 아내를 부둥켜안을 수밖에 없었다. 경기를 중단한 사람들은 체온이 떨어져 인근 식당에서 쓰레기봉투를 빌려 뒤집어쓰고 오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온라인 중앙일보, 강이종행 미주중앙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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