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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 하객 적어 썰렁할까 걱정? 품앗이로 해결한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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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결혼이 코 앞으로 다가오니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네요. 신랑이 천안 사람이라 천안에서 식을 치르기로 했는데 전 집이 부산이거든요. 늦은 결혼인데다 이미 자녀를 출산한 친구들이 많아 결혼식장까지 와줄 친구들이 많지 않을 것 같아요. 벌써부터 못 올라올 것 같다고 연락 오는 친구들이 많아요.”

 본격적인 결혼 시즌이 시작되고 있는 요즘, 외부 유입 인구가 많은 천안·아산 지역에는 ‘하객 품앗이’라는 새로운 풍토가 젊은 신랑신부들 사이에 인기를 끌며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김선경(33·가명)씨는 5월에 천안에서 결혼식을 앞둔 예비신부다. 결혼정보를 주고받는 온라인 카페에 하객품앗이를 바라는 글을 올린 후 간절한 마음으로 댓글을 기다리는 중이다. 이 카페에는 김씨와 같은 고민으로 하객품앗이를 바라는 예비신부들의 글이 줄지어 올라왔다. 천안·아산 지역의 경우 다른 어느 지역보다 외부 유입 인구가 많다 보니 예식을 준비 중인 예비신부들이 하객 문제로 고민이 많을 수 밖에 없다.

 김씨는 “결혼식 날짜가 다가올수록 하객 때문에 점점 스트레스가 쌓인다”며 “신랑 쪽 친구들은 직장 동료들까지 100여명이 넘는데 신부 쪽은 고작 5명이나 되려는지 모르겠다. 친구 때문에 고민하고 있는 같은 처지의 예비 신부들이 있다면 하객 품앗이를 하고 싶다. 나이가 비슷한 예비신부들이 와서 식사라도 맛있게 먹어준다면 너무 고마울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인륜지대사인 결혼식을 앞두고 혼수준비부터 신혼여행까지 수많은 것을 준비해야 하는 예비부부들의 마음은 바쁘기만 하다. 행복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결혼식을 준비해야 하지만 이처럼 예식에 참석하는 하객의 숫자가 큰 부담이라니 정말 신풍조가 아닐 수 없다. 이는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 결혼식 당일 신랑신부의 친구 등 하객 숫자가 그 사람의 사회성을 엿볼 수 있는 잣대가 된다는 인식이 남아있기 때문은 아닐까.

 실제로 미혼남녀 10명 중 8명은 자신의 결혼식에 참석할 하객 숫자가 적을까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가을, 결혼정보회사 가연과 웨딩 컨설팅 업체 가연 웨딩이 미혼남녀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81%가 ‘결혼식에 친구가 얼마나 많이 올지 걱정해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고작 19%에 불과했다.

 이 같은 현상은 천안·아산 지역에 유독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천안·아산 소재의 기업이 늘면서 결혼과 동시에 신혼생활을 천안·아산에서 시작하는 예비신부들이 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 때문에 예비 신부들은 서로 하객 품앗이를 알아보며 예식장 선택부터 전세난까지 다양한 타지생활의 어려움을 나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비 신부들 중에는 5월 봄 예식을 앞두고 있는 경우는 물론, 10~11월에 예식을 올린다는 예비신부들까지 줄줄이 하객품앗이를 물색하고 있다.

 하지만 비슷한 처지로 ‘상부상조’를 약속하는 댓글이 이어지고 있어도 예비신부들의 불안한 마음은 여전했다.

 이소진(28·가명)씨는 “예식장과 날짜는 물론 비슷한 연령의 품앗이 상대를 구하기 위해 나이까지 기재하며 서로의 정보를 주고받았어요. 하지만 일부 예비 신부들은 온라인상에서 이뤄지는 ‘예식 친구’들의 약속이 불안한지 처음부터 결혼식 전문 하객대행 업체를 알아보는 경우도 있어요. 저 역시 하객 품앗이로 예식장 친구를 알아보고 사전 모임도 해 보려고 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결국 무산된 경험이 있어요. 지방에서 하는 결혼식인데다 부케 받을 친구도 마땅치 않아 걱정이네요. 평생 간직할 결혼식 사진에 처음 보는 사람들이 찍혀 있는 걸 보면 계속 마음에 걸리겠지만 일단 시댁 식구들의 눈치가 보여 저 역시 하객대행 업체를 알아보고 있어요.”

 천안 위드유 웨딩의 최현경(41) 플래너도 웨딩 행사를 진행하다 보면 종종 하객 숫자를 고민하는 예비부부를 만날 때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씨는 “대부분 다른 지역에 살다가 직장 때문에 주거지를 천안·아산에 옮겨야 하는 경우다. 요즘엔 의식을 많이 하지 않지만 종종 북적거리는 결혼식을 원하는 예비부부들은 신부와 나이대가 비슷한 지인들을 데리고 와 예식에 참석하고 식사하고 가라는 요청을 할 때도 있다”며 “그러나 결혼식의 경우 지극히 사적이고 개인적인 부분이라 웨딩업체보다는 인터넷 커뮤니티 카페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홍정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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