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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마 제2진 개선 좌담회|우리는 이기고 왔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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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편집자주=본사는 월남에서 많은 전공을 쌓고 돌아온 백마부대 귀환 장병들과 자리를 같이하고 그들의 경험담을 들어보았다.

<참석자>백마 ▲권영만 대령(백마 28전투단 부단장) ▲민평식 대위(백마 28연대 7중대장) ▲진재면 하사(백마 28연대 수색분대장) ▲황영근 하사(백마 29연대 7중대 분대장) ▲이태영 하사(백마 28연대 9중대 분대장)
본사 ▲박경목(외신부장=사회) ▲장두성(전 월남주재 특파원) ▲전영수·양인모 기자(기록)
▲사회=백마 제1진과 함께 귀국한 장병 여러분들의 개선을 우선 축하합니다. 백마는 선착부대인 맹호·청룡의 경험을 참고 삼아서 그들이 겪은 작전상의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는데 과거 1년 동안 실전에 참가했던 여러분이 이 점에 관해서 한 마디 해주셨으면…
▲권 대령=우리가 선착부대의 경험을 참고 삼아서 거둔 성과는 매우 큰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자신이 개척한 분야를 말씀드리면 첫째 작전수행상의 비중을 군사면에 30%, 민사 활동면에 70%로 두고 시간에 큰 구애됨이 없이 적의 지배지역을 조금씩 침식해 들어가서 완전한 평정지역을 확보해 가는 확실한 대「게릴라」 전법을 들 수가 있습니다.
전술면에 있어서도 종래의 산밑에서 위로 훑는 상향식 공격방법을 지양하여 적의 배후에 「헬리콥터」 착륙장을 확보, 「헬리콥터」에서 줄을 타고 「정글」 속으로 침투하는 수직투하 작전으로써 상정을 점령하고 미리 산기슭을 따라 포위된 적진을 샅샅이 쓸어 내려가는 방법을 씀으로써 이미 보도된 바와 같이 큰 전과를 올릴 수 있었습니다.
▲사회=현지의 전투지형은 국내에서 듣던 것과 비교해서 어떠했습니까?
▲황 하사=저희들이 파월 전 훈련을 받았던 용문산의 지형보다 훨씬 험악했습니다. 5백 미터의 「정글」을 뚫고 나가는데 한 시간이 걸렸다면 아마 짐작이 갈 겁니다.
▲사회=더위는 어느 정도였습니까?
▲이 하사=최고 50도까지 올라가는 더위를 겪은 적이 있지만 공기가 건조해서 견디기는 쉬운 편이었습니다.
▲진 하사=그런데 금년 초에는 추위 때문에 털「스웨터」에다 야전「잠바」까지 입은 그 곳에서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어요. 마두1호 작전 때는 보름동안 비가 계속 내려서 옷을 말려 본 적이 없었어요. 덕택에 밤이라도 추워서 졸지를 못했으니 경계태세는 만반-.(일동 웃음)
▲사회=급식은 어떻습니까?
▲황 하사=자양분이 많은 C「레이션」에다가 모국에서 보내온 김치 등이 「헬리콥터」로 작전지구에까지 운반되어 오기 때문에 급식문제는 만족합니다.
다만 물에서는 썩은 냄새가 나기 때문에 주로 맥주나 「콜라」로 식수를 대신하고 있어요. 호강으로 생각하는 분도 있을 지 모르지만 1년만 물 대신 맥주나 「콜라」를 마시고 나면 그게 얼마나 괴로운지 알 겁니다.
▲사회=그럼 파월 후 적과의 첫 대전 때 느낀 감상을 좀…
▲이 하사=처음엔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몰랐지만 적을 쏴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는 생각이 놀라운 용기를 불러 넣어줘서 뒤에 가서는 정말 미친 듯이 싸울 수 있었습니다.
▲사회=일부 독자들은 지상에 보도되는 아군 피해가 언제나 『경미하다』는 데 대해서 신기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이에 대해 납득할 만한 설명을 좀-.
▲권 대령=적 사살 2백 명에 대해 아군 사망 1명이라는 보도는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사회=아군 피해의 대부분이 적과의 조우전보다 기습이나 위장폭발물(부비추렙)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민 대위=아군 피해의 80%가 그것 때문입니다. 제가 지금까지 지휘한 7중대도 지금까지 4명의 희생자를 냈는데 이 중 3명이 「부비추렙」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사회=사병들의 외출이나 휴양 같은 복지문제에 관해서 말해주십시오.
▲진 하사=외출은 금지돼 있어요. 단 부대에서 운영하는 휴양소가 해변에 마련되어 있어 모든 사병이 1년에 세 차례 다녀올 수 있고 전투유공 장병들은 통합사령관의 초청으로 「사이공」을 방문할 수 있는 특권이 주어지기도 합니다.
▲사회=그러면 마지막으로 월남에 파병되어 있는 장병들이 고국에 있는 국민들에게 가장 절실하게 요망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좀-.
▲이 하사=첫째 편지·신문·방송 같은 고국소식을 알려주고 고국노래를 들려주는 것이 가장 절실한 것 같습니다. 어찌된 영문인지 「다이얼」을 돌리면 「하노이」의 우리말 방송은 여러 「채늘」에서 똑똑히 들려오는데 우리 방송은 잘 들리지 않는 때가 많아서 그럴 때마다 화가 납니다. 그리고 연예인 방문이 좀 더 잦았으면 합니다. 일류 「쇼」단이 아니더라도 좀 여자가 많이 포함된 「쇼」단을 많이 보내주시면 좋겠어요. 수효는 무한정이니까.(웃음)
▲황 하사=고국을 떠나기 전에 가졌던 불안은 도착하자마자 해소되더군요. 국민 여러분은 파월 장병들의 안전에 관해서는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부탁드리고 싶군요. 우리는 오히려 가족들의 걱정을 하는 편이지요.
▲사회=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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