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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하는 태사 추방|시드니 영화제를 보고 - 이상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편집자 주="필자는" 동양tv 영화과 「프로듀서」로서 「콜롬보·플랜」에 의해 현재 호주에서 tv영화 관계를 연구하고 있다>
지난 5월 31일∼6월 12일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제14회 「시드니」 영화제는 1965년∼67년 사이에 제작된 세계 각 국의 문제작 극영화 40여 편과 「도큐멘터리」 1백여 편을 그 회원에게 공개하여 현대영화의 경향과 그 문제성을 검토하는「아카데믹」한 행사였다.
현대영화를 대표하는 여기 출품작들의 특징은 모두 기·승·전·결이 뚜렷한 「플로트」를 찾아볼 수 있다는 점이다. 작가(감독)가 겪은 무수한 생활감정의 집적에서 얻어진 경험을 선택해서 영상화하고 이 속에 교감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인간생활이나 느낌에 「클라이맥스」가 없듯이 이들의 작품에도 뚜렷한 시작과 끝이 없었다.
그 뿐 아니라 「스크립트」의 대부분이 감독의 손으로 쓰이고 있는데 이 「스크립트」는 종래의 「시나리오」와는 전혀 다른 것으로 촬영순서나 편집순서를 위한 「메모」에 지나지 않는다. 이러한 경향은 현대영화가 문자의 예속에서 탈피하려 하고 있음을 입증해 주는 것이다.
「시네마·드·카이에」의 「앙리·코달」이나 「트리포」, 그리고 「스웨덴」의 「보·위델버그」가 「슈팅」에 「스크립트」를 쓰지 않는다는 사실은 좀 극단의 예가 될 지 모르지만 그들의 발상이 영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좋은 예는 될 것이다.
그리고 현대영화에서 볼 수 있는 비 직업적인 연기자와 어린이들의 대량사용(특히 「로벨·브레송」과 미국 「뉴요크」파 작가들)이나 작가의 의도를 「스탭」이나 「캐스트」에게 이해시키려 하지 않고 작가의 요구를 부분적으로 연기자가 생활토록 하는 연출법은 오직 작가(감독)만이 영화의 주체임을 증명해주는 다른 측면이다.
출품된 영화들의 또 하나의 두드러진 현상은 그 주제를 감독과 영화의 상관관계에서 찾고 있는 것이다. 인도의 「라이」는 『영웅』에서, 「폴란드」의 「스코리므브시키」는 『장벽』에서, 「스웨덴」의 「위델버그」는 『애정 65』에서 작가가 창조과정에서 겪는 진통을 영화의 주제로 선택하고 있다. 이들은 「페리니」의 『8과 2분의1』과 함께 작가가 영상화과정에서 느끼는 영화 자체에 대한 회의와 영상화의 어려움을 말해주고 있었다.
가급적 대사를 줄여 대사에 의한 설명을 배제하려는 경향이나 음악이나 음향효과를 최소한으로 줄이려는 경향은 영화를 영상만의 예술로 만들기 위한 실험이다. 그리고 현대영화에서 찾아볼 수 있는 어안「렌즈」의 사용, 기존 문법을 무시한 「커트」와 「프래시·백」, 「시퀀스」를 무시한 「스톱·모션」과 고저속도촬영의 삽입, 그리고 소련작가들에 의해 실험되고 있는 색채의 환상적 구사와 「시퀀스의 분해」는 모두다 작가가 시각화하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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