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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의 민주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농협조직을 근본적으로 개혁하여 발전하는 농업에 부합되고 농민을 위해 일하는 민주적 농협을 만들겠다는 박 농림의 언명은 이론적으로 매우 타당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반발과 논란을 야기 시키고 있어 그 귀추가 주목된다.
농협이 농민의 편에서 운영되어 왔다기보다도 정부의 충실한 대행기관으로서 움직여 왔다는 사실은 숨길 수 없다 하겠으며 때문에 농협의 체질개선이 꾸준히 논의되었던 것이다. 이미 농협제도 심의위원회에서도 당면한 농협제도의 결함과 그 시정책을 건의한 바 있으며 농협자체 내에서도 체질개선을 위한 방안을 주무 당국에 누누이 건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박 농림의 농협조직 개선방침에 대하여 농협 측이 반발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원리면에서나 운영면에서의 반발이라기보다도, 오히려 정치적 내지는 이해관계에서 오는 반발이라고 생각되는 점이 없지 않은 것 같다.
오히려 농협이나 농협관계자들이 꾸준히 요청하고 주장하던 체질개선 방안을 농림 당국에서 실행한다고 받아들인 것으로 우리는 평가하고 싶으며 차제에 농협을 근본적으로 개혁할 계기를 얻었다고 생각하고 싶은 것이다.
우선 농협의 체질개선을 논의하는데 있어 농림 당국이나 농협이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은 농협정신의 철저한 인식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농민의 자주적 협동에 의한 농민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를 향상시킨다는 기본적인 자세를 충분히 납득했다면 현재의 농협이 개편되어야 할 것이라는 점에 이론이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오히려 지금 요청되는 것은 농림 당국이나 농협이 허심탄회하게 농협을 개혁시켜야 하겠다는 자세의 확립이라 하겠음을 강조하고 싶다.
이런 뜻에서 본다면 박 농림의 개혁방침이 많은 점에서 공감되는 바 없지 않으나 기본적인 면에서 허점이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농협의 자주성을 강화시키지 않고서는 농협이 진정한 의미에서 농민 편에 설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한 이치임에도 불구하고 그 핵심인 농협인사의 자주성을 보장한다는 방침이 빠져 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다.
다음으로 농협이 아무리 자주성을 요청한다 하더라도 현재의 농촌경제력으로 보아 농협은 정부의 포육정책을 받아야만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도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따라서 자금적인 뒷받침을 해주어야 할 정부 당국이 농협을 간섭하고자 하는 유혹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그러나 진정 농협을 육성해서 농민의 지위향상에 기여코자 포육하려 한다면 현재와 같은 직접적인 지시에 의한 간섭은 배제되어야 할 것이며, 정부는 농협의 업무규정에 대한 지도와 정기적인 감사의 범위를 넘는 간섭을 해서는 안될 것이다.
세째, 농협의 내적 자질향상도 간과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그 동안의 농협은 인적 구성으로 보아 관료적 체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숨기기는 어려운 것이다. 아무리 겉으로는 농민을 위한 농협이라고 떠들어도 농협직원이 관료성에 젖어 있는 한 농민을 위한 농협이 될 수 없다는 점을 농협 자체는 반성해야 될 줄로 안다.
끝으로 단위조합이 운영권 일원화 문제는 더 시간을 두고 연구해야 할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조합장과 조합전무가 선거에 의해서 선출되는 것이 마땅하다 하겠으나 현실적으로는 부패와 무능을 조장시킬 가능성이 큰 것이므로, 시일을 두고 현실에 맞는 방안을 찾아서 서서히 전환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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