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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 무대를 「유엔」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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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스라엘」의 군사적 승리는 중동위기의 해결책이 될 수 없으며 미군의 군사적 승리가 월남전 해결에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것보다 더더욱 쓸모 없다』고 확신하는 소련은 「코시긴」 수상을 단장으로 한 30명의 「메머드」 대표단을 「유엔」 특별총회에 보냈다. 긴박한 분쟁이 발생했을 때만 소집할 수 있는 특별총회를 소집, 와해직전에 있는 「아랍」연맹을 구제하고 추락한 소련의 위신을 만회하기 위해 소련은 외교적 총공세를 펴고 있다. 만일 소련의 계획대로 「이스라엘」을 「침략자」로 낙인찍고 전전상태로 군대를 철수하자는 안이 채택된다면 미국은 굴러 들어온 유리한 「카드」를 잃게 될 것이며 「이스라엘」은 「유엔」을 탈퇴할 것 같다. 반대로 소련 안이 부결되어도 「아랍」의 몇 나라는 「유엔」을 탈퇴하고 말 것이다. 그러나 아·아국이 과반수를 차지하는 「유엔」 총회의 소집에 성공한 소련은 어떻든 국제여론을 동원, 「이스라엘」 규탄에 성과를 올릴 것임에 틀림없다. 문제는 「유엔」 결의가 중동사태 해결에 도움을 주지 못하는 데 있다.

<코시긴 미국 행은 모종의 비밀 흥정>
「드골」 대통령이 제의한 4개국 정상회담을 거절해 버린 「코시긴」 수상은 10일 동안 미국에 머무르면서 「존슨」 대통령과 단독회담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실은 「코시긴」은 「유엔」 특총 보다 「존슨」과의 회담에 더욱 관심이 많은 지도 모른다.
즉각 휴전을 가져오게 한 미·소의 「보기 드문 합의」는 양국 거두를 한 자리에 앉히어 비밀흥정을 벌이기에 충분하다. 61년 「빈」에서의 「케네디」·「흐루시초프」 회담 이후 6년만에 실현되는 양국 정상회담에서는 중동사태는 물론 월남전·군축 등 현안의 모든 문제가 다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예정했던 「맥나마라」 국방장관의 방월이 연기된 사실은 이를 뒷받침한다.

<아카바 자유항해 해결 가능성 많아>
미국은 중동 전에서, 소련은 월남전에서 각각 유리한 「카드」를 갖고 있는 셈이니까 미국은 항구적인 세계평화라는 미명아래 골치 덩어리 월남전과 중동 전 뒤처리를 한 데 뭉쳐 일괄타결 하려는 징조가 뚜렷이 보인다. 덩어리 큰 원칙문제만 토의하게 될 이번 회담에선 중동문제에 관한 한 별다른 진전을 기대할 수 없으나 미·소 협조「무드」는 더욱 고조될 것 같다.
「이스라엘」이 획득한 땅덩이를 놓고 미·소가 흥정하는 것은 우스운 일이기는 하나 현실문제에 있어서 미국은 「아랍」측의 「이스라엘」 승인, 「아카바」만의 자유항해, 「수에즈」운하 재개, 대중동 무기수출제한 조치 등을 우선적으로 주장할 것이며 소련은 「이스라엘」이 침략국임을 자인하고 49년 휴전선으로 철수할 것과 분쟁의 불씨인 1백30만의 「팔레스타인」 피난민에 대한 보상을 들고나올 것이다. 「아카바」만의 자유항해, 무기 금수조치, 「팔레스타인」 피난민 보상문제는 해결될 가능성이 많다.
일단 이러한 문제가 해결되면 미국의 압력에 의해 「이스라엘」군은 「샤름·엘·셰이크」 등 몇몇 군사적 요새를 제외하고 「시리아」반도에서 철수할 것으로 보인다.

<「석유금수」 싸고 「아랍공」에 내분>
「이스라엘」이 완강히 주장하는 「예루살렘」 및 「가자」지구의 영토권과 「수에즈」운하 사용 요구가 미·소간의 일괄타결의 소지를 남겨주고 있다. 직접 협상을 요구하는 「이스라엘」에 대해 패자인 「아랍」측은 할 말이 없다. 세계 석유공급의 45%를 차지하는 방대한 유전과 「수에즈」운하가 그들이 가진 유일한 무기다.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리비아」 등 대부분의 「아랍」국가들은 석유수입이 국민총생산고의 절반 이상을 점하므로 장기간 생산중단은 불가능하며 「나세르」의 대서방 금수 요구가 「이라크」를 제외하곤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실정인 반면 「수에즈」운하 통과세가 「이집트」의 가장 큰 외화 획득 원이라는 사실 때문에 「나세르」의 유일한 무기도 효과가 없는 형편이다. 대부분의 「아랍」국들은 늦어야 2개월 이내에 석유수출 재개가 불가피하다고 전문가들이 보고 있다.

<나세르 휘하에도 친미·중도·친소>
그러나 「아랍」국들이 미·영 석유회사들을 국유화 해버리면 20억불의 투자액과 연간 10억불의 수익을 몽땅 잃어버리는 셈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중동산(배럴당 2불)이 미국산보다 1불이 싸므로 미 석유재벌들은 「존슨」 대통령에게 최소한 「아랍」의 영토를 보장해 주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렇다 할 전쟁준비도 없이 위기를 조성, 외교적 실리를 얻으려 했던 약삭빠른 「나세르」는 뜻밖의 「이스라엘」선공에 굴복, 그 후에도 국내외의 비난을 막기 위해 하야성명을 발표했다. 연극각본은 그대로 적중하여 대통령 자리에 눌러앉을 수 있었으나 그의 참모들은 벌써 친소·중도·미국과의 화해파로 분열됐다는 소문이 나올 정도.
이로서 공동의 적에 대항, 엉성하게 뭉쳤던 「아랍」권이 다시 「이집트」 「시리아」 「이라크」 「알제리」 「예멘」 「모리타니아」 등 민족적 사회주의국가와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레바논」 등 친서방적 군주국으로 깨질 수밖에 없다.

<미·소의 대화로 월남해결에 서광>
이번 중동 전으로 「나세르」도 「수카르노」와 「응쿠루머」의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며 그와 함께 비동맹국의 운명도 순탄하지 못할 것 같다. 그러나 미·소의 빈번한 대화로 월남전 해결의 실마리가 잡힐 가능성이 생겼으며 중동무기금수를 포함한 군축과 핵확산금지조약의 전망은 한결 밝다.
현대전의 군사적 승리는 순간적이고 외교적·정치적 흥정으로 실리를 차지해야 한다는 교훈을 중동전이 남겼다.

<◇유엔 특총 소사◇>
▲제1차=56년 「시나이」반도 문제를 둘러싼 중동위기를 토의.
▲제2차=56년 11월 소련이 「헝가리」 반공의거를 탄압하기 위해 군사적인 조치를 취한 문제를 토의.
▲제3차=58년 「이집트」와 「이라크」의 혁명으로 「레바논」과 「요르단」이 위협을 받자 소집되었다.
▲제4차=60년 9월 「콩고」 위기를 토의.
▲제5차=67년 6월 중동전쟁의 사후 수습책의 토의. <서병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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