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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력서와 한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며칠 전 신문에 공장사원 모집이라는 대문짝 만한 광고 난을 보고 찾아가 본 일이 있다. 삼십여명의 남녀가 모여 있었고 제각기 안타까운 모습들을 하고 있었다. 한사람 한 사람 이적사항을 확인하고 내 차례가 되어 단정한 모습으로 감독자 앞에 가 섰다 그는 신랄한 어투로 말했다. 『당신은 한문을 몰라 이력서를 한글로 썼소』 거기까지는 그래도 좋았다. 『이력서를 한글로 쓰는 사람이 어디 있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동등하게 말하는 그 사람을 뒤에 두고 나는 조용히 돌아서고 말았다. 취직이란 일종의 경쟁이요 전쟁인줄 알면서도 그런 말 앞에서 나를 주장 한다는가 변명할 수는 없었다.
이것은 어떤 의미로 보았을 때 한국적인 비극의 한 형태일는지 모른다. 이런 경우 놀리 적인 언어의 벽보다 내 따뜻한 모국어를 자랑할 줄 모르는 인정에 호소하고 싶어졌다.
○…모국어를 사랑한다는 것. 어느 특정인들의 작업만은 아닐 것이다. 서로 쓰면서 개간하고 기름지게 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아쉬움이 있다. 이력서는 반드시 한문으로만 써야 하는가 규정보다 이와 같은 원인이 어디서부터 왔는가를 생각해 보고 싶은 문제다. <김요하·서울성북구 인수동 산69번지 9통7반 김옥경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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