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시 유흥업소 단속권 미군에 넘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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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평택시가 미군기지 주변에서 영업하는 유흥접객업소에 대한 검열 및 단속은 물론 처벌까지 내릴 수 있는 권한을 관할 미군부대에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경향신문은 31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기지 외 업소를 위한 규범 및 안내서'를 입수해 보도했다.

이 문서는 경기 송탄시(현 평택시)가 신장동 미공군 OO부대 주변 외국인 전용유흥업소와 일반 유흥업소(일명 샴페인하우스), 식당, 호텔 등 미군이용업소 700여곳에 대한 검열 및 단속권을 미군측에 일괄적으로 부여한다는 내용이다. 1992년 4월 당시 권오장 송탄시장과 존 M 스피겔 미태평양공군 제51전투지원대 사령관이 이 서류에 사인했다.

미군측은 이를 근거로 기지 주변 업소에 대해 위생.화재.출입 등 분야별로 까다로운 기준을 만들어 수시로 점검하고 있다. 심지어 업소가 미군측 기준 및 요구사항을 위반할 경우 미군 출입을 영구히 또는 일시적으로 금지하는 '오프 리미트(off limit)'를 내리는 등 처벌권도 행사하고 있다. 업주들 입장에서는 영업정지처분과 마찬가지다.

최근 미군 헌병대원들에 대한 금품 및 성상납 사건도 이 문서를 근거로 한 '오프 리미트'를 피하기 위한 업소들의 자구책으로 볼 수 있다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업소에 대한 검열 결과 조치도 '군기관리위원회'가 결정하는 등 지자체가 일절 관여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어 한.미 주둔군 지위협정(SOFA)에도 없는 행정권 침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업소들은 불만이다. 한 외국인 전용유흥업소 업주 김모(50.평택시 신장동)씨는 "아무리 미군을 상대로 장사한다고 하지만 왜 우리 땅에서 미군의 지시를 따르고 또 처벌까지 받아야 하느냐"며 "행정권을 미군에 넘긴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들은 "안내서라고 하지만 기지 주변 업소를 미군에 예속시키고 행정단속권을 넘긴 불평등 협약"이라며 "아무런 법적 근거없이 만들어진 문서의 효력은 하루빨리 무효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평택시 관계자는 "이런 합의서를 두고 있는 곳은 미군기지가 있는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평택시 한곳뿐"이라며 "문서작성 당시에도 미군에 유리한 조항이 많아 논란이 됐는데 미군부대가 어거지로 요구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만들어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동두천에서도 미군이 외국인 전용 유흥업소 점검을 하고 있으나 지자체와 합동으로 하거나 출입금지 업소에 대해서만 간섭을 강화하고 있다.

디지털뉴스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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