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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금 경쟁으로 바뀔까 … 대리점선 여전히 보조금 수십만원 살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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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지난달 21일 SK텔레콤을 시작으로 11일 LG유플러스까지 통신 3사가 일제히 무제한 통화요금제를 도입했다. 이에 따라 휴대전화 시장의 보조금 경쟁도 모습을 감출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25일 삼성 갤럭시S4의 출시를 앞두고 있는 시점이어서 요금 경쟁으로 경쟁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긴 어렵다는 목소리가 크다.

 실제 LG유플러스가 무제한 통화요금제를 발표하기 하루 전인 10일에도 시장에선 보조금이 난무했다. 이날 경기도 안산시의 한 SK텔레콤 대리점에선 삼성전자 갤럭시S3의 보조금이 70만원에 달했다. 본지가 사전 입수한 정보(40만원)보다 30만원이나 많았다. 추가되는 보조금 30만원은 단가표에 볼펜으로 기재한 ‘히든(Hidden) 보조금’이었다. 매달 7만5000원을 내는 요금제에 2년간 의무적으로 가입하는 조건이다. 이 대리점은 삼성 갤럭시 노트2에 대해서는 52만원, LG 옵티머스G프로에는 55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했다. 단가표에 명시된 보조금만으로도 합법적인 보조금 한도인 27만원을 넘었는데, 추가로 17만∼30만원의 히든 보조금이 책정된 것이다.

 뽐뿌를 비롯한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출고가 95만원인 팬택의 베가S5를 24개월 약정에 별도의 조건 없이 할부 원금 1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에 따라 ‘천스파(천원짜리 베가 에스파이브)’라는 별칭이 붙었다. 상시적인 보조금 살포로 정상적인 시장가격이 무너진 대표적인 사례다.

 보조금 경쟁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 것은 판매량이 휴대전화 판매점과 일부 제조업체의 생존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통신사와 계약을 하고 수수료를 받는 대리점은 그나마 고정적인 수입이 있지만, 용산이나 테크노마트 등에서 3개 사업자 휴대전화를 모두 취급하는 판매점들은 최소한의 매장 운영을 위해 하루 10대 이상을 팔아야 한다.

 제조업체인 팬택은 통신시장이 급속히 냉각될 경우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삼성·LG 틈바구니에서 고군분투해 온 팬택은 지난달 주총에서 4주를 1주로 줄이는 감자 결정을 하고, 박병엽 부회장은 연구개발 등에 필요한 2000억원의 투자 유치에 전력하기로 했다.

 보조금이 사라지지 않을 바에야 현실에 맞게 보완하자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27만원의 보조금 규제는 3G 단말기가 나오던 시절 책정됐다. 3G에 비해 10만∼20만원이 비싼 롱텀에볼루션(LTE) 단말기에는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신형과 구형 단말기 구분 없이 동일하게 적용되는 잣대(27만원)를 출시한 지 6개월에서 1년 정도 지난 구형 단말기에는 탄력적으로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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