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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기업인들 "한국서 철수 안 해 … 투자 대폭 늘릴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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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러시아·중국·이란 무관 가족들 평양 관광 북한군 장병들과 러시아·중국·이란에서 온 무관 가족들이 11일 평양 외곽의 평양민속공원에서 북한 전통 무용 공연을 지켜보고 있다. 지난주 북한은 외국 공관들에 10일까지 철수계획을 통보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영국 등 대부분 나라는 북한에서 철수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이번 주 평양 거리는 전쟁 준비보다는 북한 최대 축제일인 김일성 생일(15일)을 앞두고 도시미화작업이 한창이다. [평양 AP=뉴시스]

박근혜 대통령이 11일 미국과 일본·유럽 등 주요 국가의 주한상공회의소와 외국투자기업 관계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했다. 이 자리에는 허태열 비서실장과 조원동 경제수석 외에 이례적으로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주철기 외교안보수석이 참석했다. 박 대통령이 최근 조성되고 있는 ‘셀 코리아’ 현상을 진정시키기 위해 직접 나선 모양새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앞으로도 안심하고 투자하고, 또 기업 활동할 수 있는 안정적인 환경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며 “대한민국은 강력한 군사적 억지력을 바탕으로 미국, 중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긴밀히 공조하면서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에서 보면 수십 번도 더 놀랐을 위기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온 나라가 대한민국”이라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은 이날 “Better late than never(늦더라도 안 하는 것보다 하는 게 낫다)”란 영어 속담을 얘기하면서 “빨리 자리를 마련하고 싶었는데 새 정부 출범이 좀 늦어지고 안보상황도 여의치 못해 늦어졌다”며 분위기를 부드럽게 했다.

 오찬에는 펫 게인즈 주한 미국상공회의소 의장, 에이미 잭슨 미국상의 대표, 틸로 헬터 유럽상의 회장, 나카지마 도로 서울 재팬클럽 회장과 김종갑 지멘스코리아 회장, 박주만 이베이코리아 대표, 염동훈 구글코리아 대표 등 19명의 인사가 참석했다. 정부에선 윤상직 산업부 장관과 추경호 기획재정부 1차관·윤종록 미래창조과학부 2차관·정현옥 고용노동부 차관 등이 자리했다.

 국내 외국인투자자들은 박 대통령에게 지속적인 북한의 도발 위협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대한 신뢰를 표하고 지속적인 투자 활성화를 약속했다고 청와대 윤창중 대변인이 전했다. 다음은 외국계 인사들의 주요 발언.

 ▶펫 게인즈 미국상의 회장=정치·군사적으로 긴장이 고조된 상황인데도 한국 정부가 동맹국들과 긴밀히 협력함으로써 평화와 안정을 수호할 것이라는 점에서 전폭적으로 신뢰한다. 외국인 직접투자와 일자리가 더욱더 창출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에이미 잭슨 미국상의 대표=미국 기업들은 한국에서 철수하지 않을 것이며 본사에도 이곳에서의 사업 여건에 확신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다.

 ▶알 마하셔 S-오일 대표=앞으로 한국에 투자를 확대할 것이며 네 배까지 확대할 계획을 갖고 있다. 현재 수십억 달러 투자를 지원할 계획을 검토하는 데 불편을 느끼는 것은 부지 확보다. 정부의 지원을 바란다.

 ▶김종갑 지멘스코리아 회장=한국에 발전엔지니어링 회사를 설립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외국인 투자회사 중 최고 수준의 외국인 기술자를 가장 많이 유치할 것이다. 이 회사는 넓은 지역을 관할하는 헤드쿼터가 될 것이다.

 박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 “창조적이고 개방적인 경제환경 조성을 위한 새 정부의 노력을 믿고 투자와 고용을 늘려달라”고 재차 당부했다.

 ◆박 대통령 “보상과 도발의 악순환 끊어야”=박 대통령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국방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저녁 식사를 함께하면서 “북한이 도발을 한다면 응징할 수 밖에 없지만 대화의 문은 항상 열려 있다”며 “도발과 보상이 반복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 참석 의원이 전했다.

박 대통령은 또 “북한이 핵을 개발하고 미사일을 쏘고 개성공단을 어렵게 만든 것은 아주 잘못된 일”이라며 “북한이 그렇게 하면 할수록 국제사회로부터 더 큰 비판을 받을 것이고 문제해결도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최근 유진벨재단의 결핵 약 대북 지원을 거론하면서 “앞으로도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계속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우리가 머리 위에 핵을 이고 살 수는 없다. 김장수 안보실장을 중심으로 정부는 차분하면서도 열심히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후 6시부터 비공개로 두 시간가량 진행된 이날 만찬에서 황진하·김성찬 의원 등 일부 군 출신 의원들은 “2015년으로 예정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시기를 연기하고 한미연합사 해체는 막아야 된다”는 건의를 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은 “그 문제는 전문가들이 세 단계에 거쳐 확인·점검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얘기는 피했다고 한다.

강태화·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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