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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 둔 천고의 신비|한국의 동굴|일의 다각도 이용과는 대조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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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우리의 동굴을 더 잘 알기 위하여 일본과 중국의 동굴을 알아야하는 것은 한반도가 육교적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지사가 동굴사와 형태와 내부의 생물상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쉬이 납득이 가는 이야기.
이번 일본 지역조사에서 한국측이 노린 것은 ①일본민족의 조상에 관한 구명이 동굴학을 통하여 이루어질 수 없는가 하는 것 ②이를 증명하기 위하여 일본열도가 한반도에서 떠내려간 것이라는 뒷받침이 될 생물학적 및 동굴의 형태학적 구명 ③세계적이라는 그들의 동굴이 어느 정도며 일본동굴 탐험수준은 얼마나 앞서 있는가 ④관광동굴의 개발을 어떻게 하고있는가 ⑤이러한 상황을 한국에 어떻게 도입할 것인가 등의 과제를 주로 하고 「케이버」상호간의 친선을 도모하는데 있었다. 조사 대상지를 일본의 대표적인 동굴 추방굴(산구현)과 용하 동굴(고지현)으로 정하고 일본측에선 일본동굴협회의 산내 회장, 지하수연구회의 상야준일 박사 등 학자 15명과 산구대학의 동굴연구회 학생 30여명, 추길대 과학박물관(동굴연구)의 태전 박사를 위시한 4명이 합동으로 참가했다.

<한국호랑이 화석>
추길대란 1백70만평에 달하는 넓은 석탄지대를 총칭하는 것인데 이 대지에서는 현재까지 1백50여개의 동굴이 발견되었고 각 동굴마다 풍부한 화석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 속에 선 코끼리, 코뿔소 등 남방계 동물도 나오고 있으나 가장 흥미 있는 것은 지금은 멸종된 한국종 호랑이 화석이었다.
이밖에도 늑대, 표범의 화석이 나와 약 2만년전 일본이 한국에 접해 있었다는 증거가 뚜렷해졌고 또한 일본 원주민의 뼈가 발견되었는데 이는 지금 일본인의 3분의 2밖에 안 되는 소형인간이라 일본열도가 한반도에 붙어 있을 때 한민족이 일본으로 이동, 그 후예가 지금 일본인 조상이라고 내세울 근거가 된 것이다. 또한 동굴의 형태(내부)에 있어서도 추방굴이 한국의 대이골, 환선굴과 닮아있고 용하동굴이 경북 울진의 성유굴과 닮아 비슷한 지사임이 밝혀져 일본 열도의 이동설을 뒷받침하게 된 것이다.

<50년 전부터 개발>
크기와 아름다움 그리고 이용도에 따라 동굴의 가치가 결정된다면 일본의 가장 아름다운 굴이라는 용하동굴은 한국의 대표적인 아름다운 굴 관음굴(대이골)에 비길 바 못될 정도이며 크기로도 추방굴 총 연장 8「킬로」에 비해 한국의 초당굴(삼보)과 대이골의 환선굴은 현재까지 밝혀진 길이만도 이의 5배나 된다. 그러나 그들은 이미 50여년 전부터 석회암 지를 기업농업에 이용해왔고 관광지로 개발, 추방굴에선 년간 16억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또한 대지의 무진장으로 매장된 석회암과 대리석으로 「시멘트」원광과 건축 자재를 파내어 추일대 전역의 연간수입을 76억원 이나 올리고 있어 부러움을 금치 못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일본이 가진 83개 동굴지역의 1천여개소에 비해 그 2배나 예상되는 숫자와 아름다움이 세계최고인 미국의 「류레이」(버지니아)굴에 비겨 손색없는 동굴인 관음, 환선굴을 두고 파손일로에 있어도 손을 쓰지 못하는데 비해 이들은 특별 천연기념물, 국정공원 등 이중 삼중의 지정으로 보호되고 있고 하나의 관광굴 내부에도 귀중한 부분에는 일반인의 접근을 금지시키고 있는 조치 또한 부러울 지경.

<공동연구로 교류>
우선 전국의 동굴분포를 조사해야겠고 이미 밝혀진 동굴의 천연기념물 지정도 구분 있게 대이골 일대, 성유굴, 초당굴, 영월의 용담, 고씨, 대야굴 및 제주도의 만장굴만을 지정하고 철저한 보호책을 강구하는 한편 대이골과 성유굴 및 만장굴은 관광굴로 개발하되 지금의 성유굴과 같은 원시적인 방법이 아니라 보호와 관광이 함께 이루어지도록 하고 그 시설을 국가가 전담, 처음부터 세밀한 설계로 보호조치를 강구해야 할 것이다. 3억년 이전의 세계가 그대로 간직된 동굴의 개발이 지표상의 도로개통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며 이는 관광, 군사 및 산업지로서 국가적인 의의를 갖기 때문이다.

<일의 동굴학계>
우리 나라의 동굴인구가 겨우 40여명인데 비해 일본은 4개 단체(일반인, 주로 학자)와 20여개 대학 탐험부를 합하여 2천여명. 이들은 국가의 뒷받침아래 전국의 동굴을 샅샅이 뒤지며 그 결과를 국가사회에 유익한 방향으로 제공하고 있다. 새로운 학문으로 등장한 동굴학 (Speleology)계에 일본인학자들이 가진 세계적인 무게는 절대적인 점도 모두 이런 결과에서 연유한 것이다.
동굴생물학의 궁국의 목적이 『지표상에서 사라진 동물을 굴속에서 찾아 생명의 진화과정을 살피고 마침내는 생명의 기원을 찾겠다』는 데 있으니 만큼 일본의 동굴학계의 진보에 구애됨이 없이 한국에서도 깊은 연구를 빨리 서둘러야겠다고 대원들은 느꼈다.
일본 동굴학 전문가들이 한국과 일본의 동굴을 공동으로 연구하자는 데 의견을 모아 앞으로 한·일 합동조사대의 양국교류가 빈번해질 것으로 보인다. <김기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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